[취재수첩]왜 여전히 ‘광주·전남’일까

이승홍 경제부 부장

광남일보@gwangnam.co.kr
2026년 03월 11일(수) 17:32
오는 7월 출범을 앞둔 전남광주특별시를 두고 요즘 지역사회에서 묘한 장면이 반복된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누군가는 ‘광주·전남’이라 하고, 또 누군가는 ‘전남·광주’라고 말한다. 행정 통합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이름을 부르는 방식부터 제각각이다.

공식 명칭은 이미 정해졌다. ‘전남광주특별시’다. 통합 논의 과정에서 ‘광주전남특별시’와 ‘전남광주특별시’를 두고 논쟁이 있었지만 결국 전남을 앞세운 이름으로 합의했다.

그런데 현실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표현은 여전히 ‘광주·전남’이다. 지역민들이 오랫동안 사용해온 표현이기도 하고, 일상 언어에서도 자연스럽게 굳어진 순서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는 약칭이다. 공식 명칭은 ‘전남광주특별시’지만 약칭은 ‘광주특별시’로 정해졌다. 행정 효율성과 도시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하지만, 이름 앞에 ‘전남’이 붙어 있음에도 실제로 불릴 이름은 ‘광주’가 되는 셈이다.

이쯤 되면 질문이 생긴다. 통합 도시의 이름은 ‘전남광주특별시’인데 왜 사람들은 여전히 ‘광주·전남’이라고 부를까.

이유는 단순하다. 이름은 행정이 정하지만 언어는 사람들이 만든다. 수십 년 동안 입에 붙은 표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수도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서울·경기’라고 말하듯, 광주와 전남 역시 생활 속에서는 ‘광주·전남’이라는 순서가 익숙해져 왔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말버릇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명칭의 순서는 상징이 된다. 어느 지역이 앞에 오느냐는 지역 정체성과 자존심의 문제로 이어지기 쉽다. 그래서 행정구역 통합 과정에서 이름을 정하는 일은 늘 가장 민감한 문제 중 하나였다.

이번 통합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이어지고 있다. 이름은 ‘전남광주특별시’, 약칭은 ‘광주특별시’, 생활 속 표현은 ‘광주·전남’이다. 행정 명칭과 약칭, 생활 언어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름 하나로 통합의 성패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행정 통합의 본질은 산업과 경제, 생활권을 묶어 더 큰 경쟁력을 만드는 데 있다. 그러나 이름은 도시의 첫 얼굴이다. 사람들이 가장 먼저 기억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전남광주특별시는 곧 현실이 된다. 사람들이 이곳을 어떤 이름으로 부르게 될지, 어쩌면 통합의 진짜 시험대는 그때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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