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평] 광주·전남 교육통합, 갈등을 넘어 해법을 찾을 때

박병진 금구초 교장(교육학박사)

광남일보@gwangnam.co.kr
2026년 03월 11일(수) 18:49
박병진 금구초 교장(교육학박사)
그동안 설마설마했는데 갑자기 광주와 전남교육청이 하나가 돼버렸다. 아직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도 있지만, 이미 통합이 결정된 이상 이제는 어떻게 하면 이 변화를 지역 교육의 발전으로 이어갈 것인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통합교육청이 출범하면 광주와 전남을 아우르는 단일 교육행정 체제가 만들어지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한 명의 통합교육감을 선출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행정 조직이 합쳐지는 문제가 아니라 지역 교육의 구조와 운영 방식이 크게 바뀌는 일이다. 그만큼 교육 현장과 지역사회에서는 기대와 함께 여러 가지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교육 통합 논의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는 아무래도 교직원의 인사와 근무지 배치다. 광주와 전남은 생활환경과 교육 여건이 상당히 다르다. 통합교육청이 출범하면 광주 지역 교직원들이 전남 도서벽지 지역으로 발령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현장에서는 불안과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과거 광주·전남 통합 논의 과정에서도 이 문제는 중요한 쟁점이 되었고 결국 통합 논의 자체가 중단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교직 사회의 불안이 커지면 교육 현장의 안정성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교육격차 문제 역시 중요한 과제다. 통합을 통해 광주와 전남의 교육 자원과 정책을 함께 활용하면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광주의 교육 인프라와 전남의 다양한 교육 환경이 서로 보완된다면 새로운 교육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정책과 예산이 도시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농어촌 지역 교육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학생 수 감소와 학교 통폐합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촌 학교의 현실을 고려하면 이러한 걱정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학교 교육이 일정 기간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걱정도 적지 않다. 광주 교육정책과 전남 교육정책이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정책 방향이나 행정 방식의 차이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 선출되는 통합교육감의 정책 방향에 따라 어느 한 지역의 교육정책이 급격히 바뀔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변화가 충분한 준비 없이 진행된다면 현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와 문제 제기는 통합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목소리를 갈등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해결의 출발점으로 삼는 일이다. 통합이 이미 결정된 이상 이제는 서로의 걱정을 인정하고 실질적인 해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통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 교육의 자치와 균형 발전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농어촌 교육을 보호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과 정책적 특례가 마련돼야 한다. 통합 이후 일정 기간 농어촌 교육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교육청의 준비 역시 매우 중요하다. 통합교육청은 거대한 관료 조직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 현장을 지원하는 행정 조직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통합 이후의 행정 구조와 교육지원청의 역할을 명확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본청은 정책과 기준을 마련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실제 학교 지원 기능은 지역의 교육지원청에 충분히 위임하는 분권형 구조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교직원의 인사 안정성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광역 인사 이동의 기준과 절차를 투명하게 마련하고, 일정 기간 기존 근무지와 경력을 보장하는 원칙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와 시민, 학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교육 통합은 행정 조직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충분한 공론화와 숙의 과정을 통해 지역의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교육 정책의 방향을 함께 논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광주와 전남은 오랫동안 역사와 생활권을 공유해 온 공동체다. 많은 사람들이 광주에서 일하고 전남에서 생활하며 서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교육 역시 갈등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발전시켜야 할 공동의 과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합의 속도가 아니라 통합의 내용이다. 서두르기보다 충분한 논의와 준비를 통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새로 선출되는 통합교육감 역시 교육통합을 위한 별도의 협의기구나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교직원,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논의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갈등과 우려 속에서 시작된 통합이지만, 준비와 협력이 뒷받침된다면 광주와 전남 교육은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을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통합 그 자체가 아니라, 그 통합을 어떻게 우리 아이들의 더 나은 교육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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