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준이법 ‘유명무실’…"경사로 주차 위험 여전"

광주·전남 5년 5178건 사고…홍보·시설보강 필요
고임목·조향 의무 모르쇠…안전사고 발생 우려 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2026년 03월 16일(월) 18:54
16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건어물시장 경사로에 주차된 차량들에 고임목이 설치되지 않은 모습.
16일 오전 광주 동구 계림동 노상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들에는 고임목이 설치되지 않았다.


경사로에 주차할 때 고임목을 설치하고 바퀴를 벽 쪽으로 틀어 세우도록 한 이른바 ‘하준이법(주차장법 제6조 개정안)’이 시행된 지 6년이 넘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자 상당수가 법 자체를 알지 못하거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면서 경사로 안전사고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광주·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20~2024년) 광주·전남에서 발생한 경사로 교통사고는 모두 5178건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광주 1750건, 전남 3428건이다.

연도별로는 2020년 1143건(광주 369건·전남 774건), 2021년 1069건(광주 358건·전남 711건), 2022년 1010건(광주 346건·전남 664건), 2023년 1020건(광주 347건·전남 673건), 2024년 936건(광주 330건·전남 606건) 등으로 매년 1000건 안팎의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하준이법은 지난 2017년 경기 과천 서울랜드 주차장 경사로에 세워둔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네 살 어린이가 숨진 사고를 계기로 마련됐다. 경사진 곳에 주차할 때 운전자가 고임목을 설치하거나 바퀴를 도로 가장자리 방향으로 돌려 차량이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날 광주 서구 양동건어물도매시장 주변 경사로에는 차량들이 빼곡히 주차돼 있었지만 고임목을 설치하거나 바퀴 방향을 조정한 차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한 한 운전자는 흰색 실선 위 경사로에 차량을 세운 뒤 그대로 자리를 떴다. 해당 차량은 고임목을 설치하지 않았고 바퀴도 벽 쪽으로 돌려놓지 않은 상태였다.

대다수 운전자들은 법 자체를 모르거나 주차 브레이크만 채우면 충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운전자 이모씨(30)는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를 강화한 민식이법은 알지만 하준이법은 처음 들었다”며 “차량에 고임목도 없고 보통 사이드브레이크만 채우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구 화정동과 동구 계림동 주택가 경사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부 지역에는 주정차 금지 표지판만 설치돼 있을 뿐 경사로 주차 시 안전 조치를 안내하는 표지판이나 홍보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동구 계림동의 한 경사로 주차장 역시 여러 대 차량이 주차돼 있었지만 고임목을 사용하거나 바퀴 방향을 조정한 차량은 거의 없었다.

주민들은 경사로 주차 안전에 대한 인식 부족이 사고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근 주민 박모씨(54)는 “경사로에서 차량이 조금만 움직여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어르신이나 아이들이 많은 주택가에서는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자체는 시설 확충과 법규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자치구 관계자는 “공영 노상주차장을 중심으로 안내 표지판과 고임목 보관함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을 위해 교통사고의 원인을 제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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