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속도보다 중요한 생명 가치, ‘안전’이 가장 빠르다

김응천 안전보건공단 광주광역본부 산업안전부장

김응천 gn@gwangnam.co.kr
2026년 03월 26일(목) 13:13
김응천 안전보건공단 광주광역본부 산업안전부장
현대 산업 생태계에서 ‘속도’는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경쟁력이다. 정해진 납기를 맞추고 생산성을 높이는 일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 특히 중소 제조업 비중이 높은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이러한 압박이 더욱 크게 작용한다. 더 빨리 생산하고 시장에 내놓는 것이 곧 경영 효율의 극대화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면에서 수많은 산업재해를 경험하며 분명한 교훈을 얻어왔다. 서두름이 불러온 찰나의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인명피해로 이어지고, 이는 곧 기업의 존립까지 위협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확산된다는 사실이다. 이제 경영과 노동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다. 그 방향은 분명하다. “안전이 가장 빠르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끼임, 부딪힘, 떨어짐 등 대부분 사고의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면 이면에는 공통된 심리가 깔려있다. 바로 ‘잠깐이면 되겠지’ 하는 조급함과 익숙함에서 비롯된 편의주의다. 안전을 위해 기계를 멈추고, LOTO(Lock Out, Tag Out) 절차를 수행하며, 적합한 보호구를 착용하는 과정은 당장 몇 분의 시간을 허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 단계를 건너뛰고 싶은 유혹은 작업자와 관리자 모두에게 늘 존재한다.

하지만 사고는 바로 그 몇 분을 건너뛰는 순간 발생한다. 사고가 발생하는 순간, 그간 서둘러 쌓아온 모든 성과는 일시에 무너진다. 사고 수습과 원인조사, 작업 중지, 법적 분쟁, 그리고 기업 이미지 하락까지 고려한다면 조급함으로 선택한 ‘지름길’은 결국 가장 먼 길이 된다. 단 한 번의 사고로 입은 손실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사고 전보다 수십 배, 수백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국내 제조업 1,000여 개 기업을 분석한 연구(2023)에 따르면,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은 이후 수년간 노동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재해를 줄인 기업은 생산성이 향상되는 선순환 구조를 나타냈다. 이는 안전관리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생산성과 직결된 ‘핵심 경영 요소’임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안전보건공단이 지난해 새로운 BI(Brand Identity)로 “안전이 가장 빠릅니다”를 도입하며 ‘안전’의 가치를 재정립한 것은 매우 상징적인 변화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사회 전반에 ‘안전이 곧 기본이자 경쟁력’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속도의 기준을 재정의해야 한다. 진정으로 빠른 작업이란 단순히 물리적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고 견고하게 안전을 확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업장의 위험성평가 중심 예방체계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작업 전 유해위험요인을 미리 파악하고 개선하는 과정은 일시적인 시간이 아니라, 사고를 예방하고 작업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또한 ‘안전이 가장 빠르다’는 가치가 현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넘어 ‘실천하는 안전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업주는 생산 목표 달성만을 독려하기보다,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잠시 작업을 멈춘 노동자를 격려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관리자는 실제 위험요인을 개선하는 실행력을 갖추어야 하며, 근로자는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지킨다는 인식을 갖고 안전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현장은 안전과 효율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한다. 산업현장에서는 이 문장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안전하게 가야 끝까지 갈 수 있다”. 안전 수칙을 지키는 것은 결코 속도를 늦추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사고라는 큰 위험을 피하고, 목표 지점까지 가장 안정적이고 신속하게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조금 더 안전하게 작업하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른 길이라는 이 단순한 원칙이 우리 광주·전남지역 모든 산업현장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시간을 절약하는 가장 확실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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