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무자격 트레이너 퇴출법’, 현장은 안중에도 없는가

김정욱 (사)한국스포츠피트니스협회 이사장

김정욱 gn@gwangnam.co.kr
2026년 03월 30일(월) 16:29
김정욱 (사)한국스포츠피트니스협회 이사장
최근 국민의힘 김재섭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무자격 트레이너 퇴출법’이 논의되면서 피트니스 산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무자격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는 많은 현장 종사자들 역시 공감하고 있다.

일정한 기준과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 또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질문이 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자격 기준이 과연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피트니스 전문가들은 국민의 신체 활동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도하는 직군이다. 수많은 국민들이 피트니스 현장에서 운동을 배우고 신체 활동을 시작한다.

스포츠 참여의 가장 일상적인 출발점이 바로 피트니스 현장이다.

하지만 현재 자격 체계는 이러한 변화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기준은 여전히 경기 보디빌딩 중심 자격체계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현장이 이미 크게 변화했다는 점이다. 체형 교정, 재활 운동, 기능성 트레이닝, 생활 체력 관리, 체중 관리 등 생활 피트니스 중심의 수요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필라테스, 요가, 바레 등 다양한 프로그램 역시 국민들의 신체 활동 영역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다.

현장은 이미 생활 피트니스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자격 기준은 여전히 경기 보디빌딩 중심 자격체계에 묶여 있다.

이 간극이 지금 피트니스 산업 전반의 혼란을 만들고 있다.

현장은 생활 피트니스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평가 기준은 여전히 경기 보디빌딩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구조적 간극을 외면한 채 자격 기준만 강화한다면 문제는 해결되기보다 또 다른 혼란을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이미 다른 분야에서 비슷한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제도가 그 사례다.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자격 기준을 강화했지만 현장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갑작스럽게 높아진 기준 앞에서 많은 교사들이 그 문턱을 넘지 못했고 현장을 지켜오던 인력들이 제도 밖으로 밀려났다. 교사들이 떠나자 어린이집 폐업이 늘어났고 보육 현장에는 인력 공백이 발생했다. 그 피해는 결국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까지 이어졌다.

제도는 남았지만 현장은 흔들렸다.

이러한 경험은 정책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보여준다.

피트니스 산업 역시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무자격을 감싸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반영한 기준을 만드는 일이다.

필라테스, 요가, 바레 분야는 더 큰 제도적 공백 속에 놓여 있다. 이 분야는 현재 법적으로 허가 업종이 아닌 자유업 형태이다. 시설 기준도, 지도자 자격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국가 기준이 없다 보니 민간 자격이 사실상의 기준 역할을 하고 있으며 비용 역시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실력이 아니라 기회의 문턱이 사람을 나누게 된다.

따라서 트레이너, 필라테스, 요가, 바레를 하나의 피트니스 체계 안에서 바라보고 국가 차원의 기준을 새롭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여기서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현장은 이미 피트니스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수많은 지도자들이 전문적인 훈련과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들의 신체 활동을 지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활동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피트니스는 왜 아직 체육과 스포츠의 제도적 영역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가.

피트니스를 단순한 산업 영역이 아니라 하나의 스포츠 영역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스포츠는 경기장 안에서만 이뤄지는 활동이 아니라 국민의 신체 활동 전반을 아우르는 영역이다. 그런 점에서 피트니스는 이미 국민 스포츠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제도 역시 이러한 현실을 따라와야 한다.

그래야 기준을 만들 수 있고 교육 체계를 설계할 수 있으며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도 가능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장을 배제한 규제가 아니라 현장을 반영한 제도 설계다.

정책은 현실 위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현장을 보지 않은 기준은 결국 현장을 무너뜨린다.

이제 정치권은 현장을 반영한 제도 설계에 답해야 한다. 현장은 이미 피트니스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제 제도 역시 그 현실을 반영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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