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햇빛과 바람이 만든 기적 ‘신안의 이야기’]<2>ESS 없이는 재생에너지 산업도 없다
신안=이훈기 기자 leek2123@gwangnam.co.kr
2026년 03월 31일(화) 14:16
신안해상풍력 블레이드설치 현장
신안해상풍력타워 조립 현장
신안 자은도 앞바다 해상풍력 타워 설치 현장
목포신항 해상풍력 기자재 운송 현장.
신안 해상풍력 기자재 선적 전경.
신안 자은도 앞바다 해상풍력 설치 현장.
에너지전환의 성패는 정책이나 구호가 아니라, 기술과 산업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는 전환이 완성되지 않는다. 발전 설비와 전력망, 에너지 저장시스템(ESS) 스마트 그리드가 하나의 운영체로 작동할 때 에너지 산업은 비로소 안정성과 경쟁력을 갖는다.

신안은 해상풍력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ESS, 전력망고도화, 스마트그리드까지 연계한 에너지 산업 구조를 실험하는 현장이다. 발전·저장·송배전·운영·기술이 결합된 통합 시스템을 통해 지역 기반 에너지 산업의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산업기술 관점에서 신안 에너지 전환이 어떻게 설계되고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집중 조명한다.



△해상 풍력산업 클러스터는 ‘규모’

신안 해상풍력은 고정식 8.2GW, 부유식 10GW를 포함한 총 18.2GW 규모로 추진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클러스터다. 이 가운데 약 7.8GW가 발전사업허가를 확보했고, 일부 단지는 이미 상업운전에 돌입했다. 신안군이 단일 지역에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를 집적·조성한다는 점에서 산업·공급망·운영 경험을 동시에 축적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으로 평가된다.

신안 해상풍력의 의미는 단순한 발전 설비 확충에 있지 않다. 터빈과 하부구조물, 타워, 해저케이블, 단지 설계·운영까지 해상풍력 전 주기를 한 지역에 집약함으로써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목적이 있다.

특히 하부구조물과 타워, 전선 등 기자재 분야에서는 국내 기업의 참여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국내 최초 민간자본이 투자한 96㎿급 해상풍력 단지가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해당 단지는 해외 제작 터빈(지멘스 가메사)을 적용했지만, 하부구조물·타워·케이블 등 주요 구조물은 국내에서 조달됐다. 해상풍력의 핵심 밸류체인이 국내산으로 형성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 신안 해상풍력은 설치, 규모 확대에서 운영·경험 축적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과제다. 대규모 단지 조성을 통해 실증·운영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터빈·제어·운영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신안 해상풍력 산업은 국내시장을 선도하며 설비 중심에서 산업, 경쟁력 중심으로 도약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태양광 집적화 해법

신안군의 태양광 발전단지 설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체 태양광 설치규모(총 발전용량)는 약 1.8GW(1800㎿)로 확대될 계획이다. 지역별로 안좌도 288㎿, 자라도 24㎿, 지도 100㎿, 사옥도 50㎿, 임자도 91㎿, 비금도 200㎿급 등이 운영 중이다. 여기에 신의도 115㎿, 증도 130㎿, 비금도 105㎿ 등 태양광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거나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들 사업 추진과정에서 무질서한 입지 확산 등으로 난개발과 민원, 계통 혼잡, 유지·관리·비용 증가라는 부작용을 낳아왔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최근 태양광 정책의 방향은 기존 ‘분산’방식에서 ‘계획된 집적화’로 전환되고 있다. 집적화 단지는 일정 규모 이상의 태양광 설비를 지자체 주도로 계획하고, 환경·경관·주민 수용성·계통연계를 하나의 패키지로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무작위 입지에서 발생하던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고, 도로·배수·접속설비를 표준화해 유지·관리·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수익구조와 안전·관리·운영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될수록 집적화 단지는 안정적인 발전 인프라로 자리 잡는다.

결국 해법은 분명하다. 주민이 단지 조성의 ‘대상’이 아니라 ‘참여자’로 설계될 때 갈등은 현저히 줄어든다, 투명한 정보공유와 공정한 수익구조가 뒷받침될 때 태양광 집적화는 지역과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모델로 정착할 수 있다.



△전기 저장하는 큰 배터리 ‘ESS’ 기반 출력 안정화

태양광·해상풍력의 요충지인 신안군은 재생에너지 안정화를 위해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약점은 간헐성이다. 날씨 환경에 따라 전기생산량이 갑자기 늘거나 줄어드는 문제는 단순한 발전량 변동을 넘어 전력 계통의 주파수·전압 안정성과 직결된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ESS가 부상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증가한 지역에서는 출력제한과 계통 불안정이 일상적인 운영, 위험 요소로 떠올랐다. ESS는 잉여 전력을 저장하는 역할뿐 아니라, 피크 저감, 급변 출력 대응, 계통 혼잡 완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계통 안정성에 기여 한다.

과거 잦은 화재 사고를 겪으면서 ESS 안정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충·방전율 관리, 열관리 시스템, 화재 감지·차단 기술, 운영 데이터 관리 등 체계적인 안전 기술이 함께 발전하며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신안군처럼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를 운영하는 지역에서는 ESS를 ‘보조설비’가 아닌 계통 유연성을 높이는 핵심 기반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전력을 만드는 것에서 안정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정책의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앞으로 ESS가 더 확대되면 재생에너지는 날씨 영향을 받는 전원이 아니라, 언제든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공급 가능한 전력 자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신안군은 ESS를 통해 전력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막고, 안정적인 전력공급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전력계통연계·송전 인프라…해상풍력 최대 ‘난제’

해상풍력 설비 확충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속도에 비교해 생산된 전력을 받아줄 전력계통과 송전 인프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력계통 연계와 송전 인프라 부족은 대규모 해상풍력 확대과정에서 가장 큰 난제로 꼽힌다. 실제로 해상풍력의 한계는 발전 설비 자체가 아니라 생산된 전력을 안정적으로 수송할 송전망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구 분산과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원책을 통해 기업 이전을 유도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확대 지역에서는 송전 병목과 계통 혼잡이 구조적 문제로 반복되고 있다.

장거리 대용량 전력 수송을 위한 직류 송전망은 대규모 재생에너지 시대의 필수 인프라다. 하지만 발전단지 조성과 송전망 구축을 분리해 접근할 경우, 출력제한과 사업 지연에 따른 비용을 피하기 어렵다. 사실 전력망 계획과 운영은 중앙정부와 전력 공기업 한전의 권한 영역으로 지역 수용성과 산업 입지를 함께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신안은 발전단지와 산업단지 인력 양성을 함께 추진하며 계통연계의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기업유치가 해법으로 떠오른 가운데 장거리 전력수송전략이나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풀어야 할 난제로 남아 있다.



△스마트그리드 에너지 통합 운영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전력 운영은 사람의 판단이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해 이뤄진다. 스마트그리드는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전력의 생산·발전·저장·소비를 실시간 관리하는 차세대 전력망이다. 단순한 감시 시스템이 아니다. 전력사용을 정보를 즉각 분석해 공급을 자동으로 조절·예측하며 효율 안정성을 동시에 높인다. 태양광·풍력·ESS·수요 자원을 통합 관리함으로써 재생에너지는 변동성 전원이 아니라 계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원으로 전환된다.

향후 에너지 시스템의 확장은 인력 증원이 아니라 운영 시스템의 고도화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신안 에너지 모델이 산업적으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이 통합 운영기술에 달려있으며, 이는 신안 에너지 모델 완성의 핵심조건이다.

따라서 신안이 앞으로 갖춰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을 넘어 태양광 해상풍력 ESS를 하나의 체계로 묶어 스마트그리드 기반 에너지 통합관제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실시간 발전량과 수요, 계통 상태를 분석 예측하는 데이터 수집 인프라와 알고리즘 기반 운영 역량이 뒷받침돼야 재생에너지는 변동성 전원이 아닌 안정적인 계통서비스 지원으로 가능할 수 있다. 여기에 전문 운영 인력과 전담 조직, 주민 참여형 수익 구조를 관리할 운영 서비스까지 갖춰질 때 신안의 재생에너지 모델은 산업적으로 완성단계에 들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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