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세평]전남광주특별시, 호남권 문화예술 공동체의 기회 김홍석 G-Kunst연구소장
김홍석 gn@gwangnam.co.kr |
| 2026년 04월 01일(수) 17: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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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석 G-Kunst연구소장 |
현재 광주와 전남의 문화예술 생태계는 ‘가까우면서도 먼’ 이분법적 구조에 갇혀 있다. 광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서 풍부한 인프라와 예술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배후 시장이자 콘텐츠의 원천인 전남과의 연계성이 부족하다. 반면 전남은 천혜의 자연과 깊은 역사적 서사를 품고 있으나, 이를 예술로 승화시키고 향유할 전문 인력과 거점 공간의 부족이라는 고질적 결핍을 겪고 있다. 필자는 최근 광역문화재단 두 곳에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인터뷰와 서류심사를 하면서 느꼈던 도·농·산·어촌이 처한 문화적 환경이 너무나 크다는 현실을 직접 확인했다. 전남·광주도 다른 광역도시가 처한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25년 본예산 기준으로 광주시는 문화·체육·관광 분야에 약 3400억원, 전남도는 약 6280억원을 편성했다. 양 시·도를 합치면 약 1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예산이 집행된다. 게다가 통합에 따른 연간 5조원, 5년 20조원의 예산이 편성되면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행정 경계에 가로막혀 중복 투자와 인프라 편중이라는 비효율을 낳고 있다. 각자도생의 방식으로는 2조원이 넘는 수도권의 압도적인 문화 예산과 인프라 쏠림에 대응하기 역부족이다. 인구 감소로 인한 ‘문화 사막화’는 이미 농·산·어촌을 넘어 중소도시까지 위협하고 있으며, 이는 곧 지역의 매력 상실과 추가적인 인구 유출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통합특별시가 출범하면 광주와 전남 주요 도시들의 강점을 결합한 ‘메가 컬처 벨트’구축이 가능해진다. 크게 현재의 벨트를 굳이 나누어 보면 광주는 콘텐츠 생산 기지로서, 순천·광양(생태, 산업)은 정원과 기술이 결합한 야외 예술의 장으로, 목포·여수(해양, 소리)는 근대 역사 자산과 섬을 무대로 한 글로벌 해양 문화 거점이라는 생태계 기능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도시 예술가들은 농·산·어촌의 폐교나 유휴공간을 ‘레지던시’로 삼아 창작에 전념하고, 지역 주민들은 이들로부터 수준 높은 예술 교육을 받는 ‘문화적 순환 체계’가 형성된다. 프랑스가 2016년 레지옹 개편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중앙 정부와의 협상력을 높이고, 도시 예술가들을 소멸 위기 농촌으로 유입시킨 사례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제시한다.
예술가들이 지역에 정착하게 하려면 일회성 지원을 넘어 ‘예술 친화적 정주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인구 감소로 비어가는 원도심의 빈집과 폐공장을 리모델링해 예술가들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창작·주거 복합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둘째, ‘전남·광주 통합 예술인 복지 카드’ 도입과 창작 지원금 현실화를 통해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예술가가 일정 기간 지역에 머물며 주민과 호흡하는 ‘아티스트 스테이(Artist Stay)’를 확대해 지역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문화 생태계와 그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통합의 편익이 모든 시·도민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문화 소외 지역에 대한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섬마을이나 산간 오지까지 버스를 개조한 갤러리와 공연장이 찾아가는 ‘이동형 모바일 아트 센터’를 상시 운영하고, 인구수가 아닌 실제 시설 접근성을 따지는 ‘문화 소외 지수’를 개발하여 예산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 특히 노년층을 위한 ‘예술 복지’ 예산을 확충하여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하고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통합특별시가 지향해야 할 핵심 방향은 남도 고유문화의 현대적 재해석이다. 판소리, 남농화, 가사문학 등 대한민국 예술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남도의 자산에 광주의 미디어아트 기술을 결합한 남도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전남의 갯벌과 섬을 무대로 한 대규모 야외 현대미술제나 남도 소리 페스티벌을 브랜드화해 세계적인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 이는 수도권의 세련미와 차별화된 ‘가장 한국적인 원형의 힘’으로 일극 체제를 극복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전남·광주 통합은 단순히 행정 조직을 합치는 효율성의 논리가 아니다. 그것은 남도의 깊은 뿌리와 광주의 현대적 감각을 결합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적 자존심을 세우는 일이다. 특정 지역으로의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통합형 문화기금’을 조성하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배제한 현장 전문가 중심의 독립적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도시의 활력과 농촌의 정취가 예술로 어우러질 때, 비로소 청년들이 돌아오고 지역은 자생력을 갖게 된다. 전남광주특별시가 그리는 미래는 ‘문화로 풍요로운 상생 공동체’여야 한다. 이제 행정적 논의를 넘어, 시·도민의 마음을 잇고 남도의 멋을 세계로 띄울 문화적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 내실 있게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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