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계를 넘어 전남·광주 공동의 미래를 그리다

정계순 광주 서구의회 사무국장

정계순 gn@gwangnam.co.kr
2026년 04월 01일(수) 17:27
정계순 광주 서구의회 사무국장
광주시와 전남도의 행정통합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제 통합은 더 이상 찬반을 논하는 단계가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됐다.

그동안 광주와 전남은 생활권과 경제권을 함께해 온 사실상의 공동체였다. 시민과 도민의 일상은 이미 경계를 넘나들고 있었지만 행정의 틀은 서로 나뉘어 있어 정책 추진 과정에서 중복과 비효율이 반복됐다.

산업 정책과 교통망, 관광 개발, 인구 대응 전략까지 각자 추진되면서 시너지보다는 분산의 한계를 경험해 온 것도 사실이다.

오는 7월 출범을 앞둔 행정통합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넘어 보다 넓은 시야에서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도권 집중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지방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별 도시나 단위 지역의 경쟁을 넘어 광역 단위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통합은 선택이라기보다 시대가 요구한 변화에 가깝다고 본다.

특히 광주가 가진 도시 기반과 전남의 산업·자원·공간적 강점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면 새로운 성장 가능성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다.

인공지능과 에너지 산업, 미래 모빌리티와 관광 자원의 연계 등은 더 이상 한 지역만의 과제가 아니라 광역경제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과제다. 행정통합은 이러한 협력을 제도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출발점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통합의 진정한 의미는 거창한 정책이나 경제 지표에만 있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 삶의 변화다.

행정구역의 경계 때문에 발생했던 서비스 격차와 불편을 줄이고 복지·교통·의료 등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보다 일관된 정책이 추진될 때 주민들은 통합의 필요성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통합이 성공했다는 평가는 결국 주민의 일상 속에서 내려질 것이다.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나며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다. “통합이 우리 삶을 정말 더 나아지게 하느냐”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행정통합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준다.

통합은 행정의 규모를 키우는 일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지역 간 균형발전에 대한 우려, 행정 조직의 조정 과정, 공공 인프라 배치 문제 등은 충분한 논의와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통합이 또 다른 갈등의 출발점이 돼서는 안 되며 어느 한쪽의 희생이 아니라 함께 성장한다는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 경쟁이 아니라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라고 본다. 충분한 소통과 공감, 단계적인 정책 설계를 통해 지역 구성원 모두가 통합의 주체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행정은 통합을 선언할 수 있지만 통합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시민과 도민의 참여와 신뢰이기 때문이다.

지방의회의 역할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가장 가까이에서 듣고 정책 과정에 반영하는 것이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다.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균형과 우려를 세심하게 살피고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담길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할 시점이다.

광주와 전남의 행정통합은 하나의 결과가 아니라 긴 여정의 시작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통합의 성과를 서둘러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가능성을 어떻게 함께 키워갈 것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이다.

이번 행정통합이 단순한 행정 구조 개편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더욱 단단히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 생활방식을 존중하며 새로운 광역 공동체로 나아갈 때 통합의 가치는 더욱 빛날 것이다.

미래 세대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지역을 함께 만들어가야 할 때인 만큼 지역 간 협력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고 대한민국 균형발전을 향한 의미 있는 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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