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수첩]‘머릿수’에 저당 잡힌 결혼식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
| 2026년 04월 01일(수) 18: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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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대웅 산업부 차장 |
결혼서비스 가격 폭등의 주범은 이른바 ‘최소 보증인원’이다. 예식장들이 하객 수를 기준으로 수익을 확보하는 계산법을 고수하면서, 과거 100명 안팎이던 기준선이 어느덧 200명대로 훌쩍 뛰었다. 예식장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를 ‘하객 기준 상향’이라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연쇄적인 비용 상승을 불러온다. 이번 조사에서 대관료가 무려 150%나 급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대여료 자체가 올랐다기보다, 예식장이 제시하는 필수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전체 비용이 밀려 올라간 결과로 풀이된다. 가격이 오른 게 아니라 결혼을 위한 ‘입장권’의 기준 자체가 높아진 것이다.
결국 가장 큰 피해는 소비자 선택권의 실종이다. 신랑·신부는 소규모 예식을 원하더라도 최소 보증인원을 채우기 위해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거나 억지로 하객을 초대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축복받아야 할 결혼식이 개인의 가치관보다 식장이 요구하는 ‘숫자’를 맞추는 과정으로 변질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비용은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경쟁이 작동하는 영역에서는 시장 논리에 따라 가격이 안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의 결혼 비용 폭등이 불가피한 흐름이 아니라, 예식장이라는 특정 공간의 독점적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
이제는 질문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결혼 비용이 ‘왜’ 오르는지를 묻기보다, 왜 이런 불합리한 구조가 유지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시장 자율에 맡기기에는 정보 비대칭이 너무 크고 계약 구조 또한 불투명하다.
결혼은 한순간이지만 그 부담은 청년들에게 긴 부담을 남긴다. 저출생과 결혼 기피를 우려하기 전, 숫자로 청년을 압박하는 결혼 시장의 잘못된 관행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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