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면 손해"…면세유 급등에 조업 중단 속출 중동 사태 장기화에 4월 들어 면세유 55% 올라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
| 2026년 04월 02일(목) 17: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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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전남 완도군 한 부둣가에 어선들이 줄이어 정박해 있다. |
특히, 어민들 사이에서 “나갈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수산물 가격 급등 등 식탁물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일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3월 초 기준 200ℓ 한 드럼 가격은 17만5000~17만6000원 수준이었지만, 3월 말과 4월 초에는 27만5000~27만7000 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한 달 만에 약 10만원 이상 상승한 것으로, 상승률은 55% 안팎에 달한다.
이 같은 급등세는 전남 주요 어항의 풍경을 바꿔 놓고 있다. 목포와 완도, 여수, 신안 등의 항·포구에서는 출항을 준비하는 어선보다 부두에 묶여 있는 배를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일부 어민들은 가격 인상 직전 연료를 확보하기 위해 급히 기름을 채워 넣었지만, 이후에는 조업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중형 저인망 어선의 경우 한 번 출항 시 소모되는 연료가 수천 ℓ에 달하는데, 이번 가격 인상으로 한 차례 조업에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만 수백만원에 이르는 상황에 놓였다.
연료비 비중이 전체 조업 비용의 절반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면서 어민들 사이에서는 조업 자체가 생계를 위한 활동이 아니라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완도에서 30여년 동안 어업에 종사해 온 김종수씨(62)는 “기름값이 이 정도면 고기를 많이 잡아도 인건비는커녕 기름값도 건지기 어렵다”며 “지금은 조업을 나가면 나갈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라 차라리 배를 세워두는 게 낫다”고 토로했다.
이어 “봄철이 1년 수입을 좌우하는 시기라 원래는 하루라도 더 나가야 하지만 지금은 나가는 순간 적자라 사실상 조업 포기 상태”라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올해 수입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일부 어선에 그치지 않고 전남 어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연료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버텨왔던 소형 연안어선들까지도 채산성이 무너지면서 출어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일부 어선은 조업 횟수를 절반 이하로 줄이거나 조기 철망에 들어가는 등 사실상 비상 운영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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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전남 완도군 한 부둣가에 어선들이 줄이어 정박해 있다. |
이 같은 상황에 어민들은 “지금 상황은 몇 달 버티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올해 어업 자체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수준”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일부 어민들은 이에 어선 유지비와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휴업을 넘어 폐업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업 감소는 곧바로 어획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3월 말부터 조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면서 벌써부터 일부 어종은 위판 물량이 감소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산업계에서는 공급 감소가 본격화될 경우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어민들의 경영난이 결국 시장 가격 상승으로 전이되는 구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수협중앙회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며 국제 유가 불안이 이어지자 어업 현장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선제 조치에 나선 것이다.
수협중앙회는 2일 ‘중동전쟁 비상 대응대책반’ 첫 회의를 열고 어업용 유류비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예산을 편성, 100억 원 규모의 유류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지원은 중동 사태 장기화로 국제 유가 상승이 어업 현장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총회 의결을 거친 뒤 이른 시일 내 지급될 예정이다. 특히 이달 발생한 유류가격 상승분부터 소급 적용되며, 향후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추가 지원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단순한 유가 상승을 넘어 중동 정세와 해상 운송 불안이 결합된 복합 위기”라며 “어업용 면세유 가격 급등으로 조업 자체가 어려워진 만큼 신속한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 유가 변동성이 큰 상황인 만큼 추가 지원과 대응 방안도 탄력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며 “정부와의 협력도 강화해 어업 현장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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