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후정산제’폐지, 석유 유통망 개선 계기돼야
김상훈 기자 goart001@gwangnam.co.kr
2026년 04월 13일(월) 18:34
정유업계의 사후정산제는 사실 정유사와 주유소간의 ‘오랜’관행이었다. 이는 이들이 석유제품을 거래할 때 받는 시점이 아닌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 최종가격을 확정해 정산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주유소는 기름을 공급받을 때 정유사가 임시로 정한 ‘잠정 매입 원가’를 선 지불한 후 한달이 지난 뒤 국제 유가 등을 반영한 확정가격이 나오면 차액을 정산하는 방식인 것이다.

가격 변동이 극심한 에너지 시장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실제로 그동안 주유소 경영에 주는 충격을 완화는 ‘완충장치’역할을 했고 예전 비싸게 산 기름을 싼 값에 판 경우 차액을 환급받아 손실을 어느정도 만회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보다는 단점이 더 많았다.

매입원가 불투명으로 주유소는 원가도 모른채 판매가를 정해 합리적 가격책정을 할 수 없었고 기름값이 폭등할 때는 훗날 ‘폭탄 추가정산금’이 두려워 원가가 오르기 전에 미리 소비자 판매가를 더 높게 올렸다.

또 가격 결정권이 있는 정유사는 손해를 보지 않는 반면 주유소만 역마진 위험을 떠안는 구조였다. 주유소가 받는 환급금을 현금 아닌 포인트로 지급받아 특정 정유사 소속으로 종속시키는 부작용까지 나타났다.

소비자 가격을 끌어 올리고 주유소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잘못된 관행이었다는 얘기다.

이 때문인지 불공정거래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년 정유사에 이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리고 취소소송까지 제기, 대법원 판결까지 갔지만 ‘불공정거래로 보기 힘들다’는 결론이 났다. 또 2015년에도 한국주유소협회 등이 주유소의 거래선 다변화를 방해한다고 공정위에 시정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최근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이런 관행 개선을 위한 ‘주유소-정유사 사회적대화 상생협약식’이 열렸다. 이 자리는 중동전쟁발 유가 급등속에 주유소 시장의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 마련됐다.

여기에는 논란이 됐던 사후정산제의 폐지와 특정 정유사에서 전량 구매하던 전속거래제를 타 정유사 제품도 함께 구매할 수 있는 ‘혼합거래제’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협약이 조속히 이행돼 그간 묻혀 있던 다른 불합리한 거래 관행도 바로잡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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