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기억…현재를 구원하려는 문학적 실천

평론가 김영삼 첫 비평집 ‘미래 기억 연습’ 출간
작품 통해 폭력성·절망 조망…문학적 실천 탐색
제5부 구성…작가들 개념 규정·다양한 작품 분석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6년 04월 22일(수) 18:36
김영삼 평론가
김형중 문학평론가(조선대 교수)를 이을 것으로 많이 언급되는 이름이 김영삼 평론가다. 김영삼 평론가는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으로 등단, 아직 데뷔가 10년이 안된, 평론분야 등단이 어려운 만큼 중고 신인이라 할 수도 있다. 대학원에서 공부도 했고, 계간 ‘문학들’ 편집위원으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직 등단 10년이 안 지났지만 그의 글솜씨 때문이자 신춘문예 평론 분야를 운영하는 신문사가 많지 않은 지역의 여건 때문인지 가끔 평론 심사에도 불려다닌다.

광남일보 신춘문예 평론 심사위원으로 두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그의 평론 깊이와 글솜씨에 혀를 내둘린 사람들은 그를 ‘될성 싶은 떡잎’으로 보는 듯하다. 평론 심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다.

이런 그가 첫 비평집 ‘미래 기억 연습’을 문학들 비평선 5번째 권으로 출간했다.

이 비평집은 한국문학이 과거 기억의 ‘흔적’을 추적, 현재를 독해하는 일이 현재의 절망에서 미래를 구원하기 위한 시간의 복습이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으면서 전개된다.

우선 “다음 세기에 도래할 절망을 미리 목도한” 니체, “과거를 역사의 연속체 속에서 폭파”해 현재를 구원하고자 한 벤야민, 차별과 혐오를 무기 삼아 구축하는 죽음-정치의 지옥도를 바라보며 “누구와 무엇과 우리는 동시대인인가?”를 물었던 아감벤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저자는 2020년대 한국문학 작가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탐구한다.

먼저 1부 ‘소문자 존재들’은 세계의 폭력성과 관습적 강박을 관통하면서 새로운 관계성의 지점으로 나아가는 ‘우리는-(모두)-여기에-함께-있지만-하나가-아니고-똑같지 않은’ 연약한 주체들의 흔적을 모았다.

성해나와 강화길을 비롯해 김지연, 백수린, 최은미, 서이제, 한유주, 정소현 등의 글을 읽고 썼다. 이들이 새롭게 구축하는 공동체는 여전히 불확실한 삶일지언정 기존의 배타적 공동체를 파훼하고 그 폭력성을 노출시키면서, 관습적 언어로는 포착할 수 없는 복수종의 관계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어 2부 ‘남쪽 도시에서’에는 김숨과 김연수, 김지연, 최인훈, 박솔뫼, 한정현, 공선옥, 김준태, 나종영 등의 소설과 시를 읽고 썼다. ‘절대적 무권력 상태’로 출현했기에 권력의 불능과 무능을 노출시켰던 도시이자 이제는 ‘과거가 현재를 구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 부끄럽지 않은 도시인 광주에 얽힌 글들을 한데 엮었다.

3부 ‘징후와 성좌들’은 서바이벌의 생존 논리가 생산한 경계선 외부로 재배치된 존재들의 이야기를 묶었다. 각각 다른 궤도를 형성하는 작품들을 읽으면서도 생존, 혐오, 차별 등에 얽힌 생각들이 유사성을 띠고 있다. 정용준과 김솔, 이민진, 김애란, 편혜영, 최유안, 장강명, 김유담, 박서련의 글을 읽고 썼다.

4부와 5부의 글들은 시에 대한 비평들이다. 계간 ‘시로 여는 세상’과 ‘제25회 젊은평론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실어증을 앓는 언어들’을 첫머리에 놓았다.

4부 ‘어둠의 궤도’에는 계간지 ‘서정시학’과 ‘포엠피플’에 발표한 글들을, 5부 ‘웜홀’에는 계간지 ‘POSITION’에 발표한 글들을 한데 묶었다. 박참새와 이장욱, 장석주, 차호지, 손미, 김네잎, 하린, 김현, 장석남, 김상혁, 김은지, 전수오, 김석영, 김준현, 김미소, 이용훈, 황유원 등의 시집을 읽고 썼다.

이 비평집은 한국문학 작품을 통해 세계의 폭력성과 절망을 읽어 내는 동시에 그 속에서 미래를 기억하고 현재를 구원하려는 문학적 실천을 탐색할 뿐만 아니라 저자의 겸허함으로 인해 이 비평집에 담긴 언어들의 무게를 더욱 값지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김영삼 평론가는 한국문학 작가들을 존재들에게 목소리와 이름, 몫을 부여하는 사람이거나 미래의 회상으로 현재를 구원할 사람들, 혹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소문자-인간들의 궤도를 따라 누증(累增)되면서 세계의 폭력성을 노출시키는 일을 사람들로 규정한다.

그는 책머리글을 통해 “나에게 언어의 고행을 마다하지 않은 한국문학의 작가들은 세계의 그늘진 장소에서 성원권을 박탈당한 존재들에게 목소리를 입히고 이름을 붙임으로써 재 몫을 부여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읽은 작품들은 미래를 기억하기 위한 현재 한국문학의 최대치임에도 분명하지만 이 책의 글들이 그 지점에 닿았는지는 의문”이라면서 “세계의 착란과 착시를 응시하고 폭로하기 위해 겪었을 그 수많은 시간을, 그 밤을 할퀸 쓸쓸한 고요를, 절망에서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힘겹게 도달한 형식을, 과연 나의 문장이 닿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두려움 뿐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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