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 리포트…선도농협을 가다]곡성농협 공선출하 혁신…멜론 넘어 블루베리까지 ‘소득농업’ 확장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
| 2026년 04월 23일(목) 18:59 |
![]() |
| 곡성농협은 지난해 3월 본점에서 공공형 라오스 계절근로자 입국 환영식을 가졌다. |
![]() |
| 곡성농협은 최근 고달안개마을 숙소에서 공공형 라오스 계절근로자를 대상으로 전통놀이 체험을 실시했다. |
곡성농협이 멜론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0년대 초반 공동선별 체계를 도입하면서부터다. 이전까지 개별 농가 중심으로 이뤄지던 출하 방식은 품질 편차와 가격 변동성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었지만, 공동선별을 통해 일정한 기준을 마련하면서 시장 신뢰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2015년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가 준공되면서 선별과 유통 시스템은 한층 고도화됐다. 농가에서 생산된 멜론은 APC를 통해 엄격한 품질 기준을 거쳐 선별되고, 이를 바탕으로 농협 유통망뿐 아니라 전국 대형 유통업체로 공급되면서 브랜드 가치가 빠르게 상승했다.
곡성농협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2020년부터는 단순한 공동선별을 넘어 전속출하조직으로 체계를 전환하며 출하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했다. 개별 농가의 자율 출하에서 벗어나 조직 중심의 계획 출하를 도입하면서 물량 조절과 가격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현재 13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는 이 조직은 출하 물량을 집중시키고 시기를 조정함으로써 시장 대응력을 높였고, 그 결과 2024년 50억원, 지난해 59억원 규모의 출하 실적을 기록하며 농가 소득 증대에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제도적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 2022년 곡성 멜론은 멜론 품목으로는 전국 최초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지리적표시제 인증을 획득했다. 특정 지역의 자연환경과 생산 방식이 결합된 고유한 품질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곡성 멜론이 단순한 지역 특산물을 넘어 전국 대표 농산물로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생산 농가의 오랜 경험과 기술, 그리고 이를 조직화한 농협의 전략이 결합된 결과였다.
그러나 곡성농협 APC는 운영 구조상 또 다른 과제에 직면해 있었다.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딸기 공동선별을 진행하고, 이후 유휴기를 거쳐 5월 중순부터 멜론 출하로 이어지는 구조였지만, 노동집약적인 딸기 재배농가가 줄어들면서 공동선별 물량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유휴기간 문제와 함께 기존 작목을 보완할 새로운 소득 작목 발굴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때 주목한 것이 블루베리였다. 블루베리는 당시까지 곡성에서 20㏊ 이상 재배되고 있었지만, 대부분 공판장 중심의 개별 출하에 머물러 있었다. 반면 시설 가온재배를 통해 2~3월 조기 수확이 가능하고, 노지 재배 물량이 이어지는 6월까지 생산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기간 계획 출하가 가능한 작목이라는 장점이 있었다. 곡성농협은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블루베리를 공선출하 품목으로 조직화하기에 적합한 작목으로 판단했다.
지난 2022년 농협과 행정, 농가가 함께 블루베리 공선출하회를 출범시키면서 변화는 시작됐다. 초기에는 17농가, 29t 규모에 불과했지만, 조직화와 협업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출하회원 간에는 재배 기술과 정보를 공유하고, 농협은 선별과 판매를 전담하며 행정은 시설과 장비, 기술 지원을 뒷받침하는 구조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한 참여 농가는 “예전에는 제값을 받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출하 시기와 품질이 맞춰지면서 가격이 안정됐다”고 말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41농가가 참여해 94t, 29억3000만원 규모로 확대됐다. 올해에는 54농가, 150t, 45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4년 만에 출하 규모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며 블루베리는 곡성의 새로운 고소득 작목으로 자리 잡았다.
![]() |
| 곡성농협은 지난해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곡성멜론 판촉전’을 가졌다. |
![]() |
| 곡성농협은 지난 1월 곡성군 오곡면에서 보급형 스마트팜 현장 시연회를 가졌다. |
조직 내부의 운영 방식 또한 눈에 띈다. 공선출하회는 단순한 출하 조직을 넘어 학습 공동체로 기능하고 있다. 회원 농가 가운데 우수 사례를 롤모델로 선정해 재배 기술을 공유하고, 품질 기준을 지속적으로 상향시키는 방식으로 전체 농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매년 사업설명회와 평가회를 통해 성과를 점검하고 개선점을 도출하는 과정 역시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곡성농협은 기후변화와 노동력 부족이라는 농업의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농업 도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농협경제지주와 곡성군과의 협력을 통해 멜론 농가를 대상으로 보급형 스마트팜을 지원했다. 이 시스템은 스마트폰과 통합제어기를 활용해 비닐하우스 개폐를 자동화하고, 온풍기와 환기팬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환경센서와 CCTV를 통해 온도와 습도, 강우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농가의 노동 부담을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곡성농협은 올해 이러한 스마트팜 시스템을 블루베리 공선출하 회원까지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단순한 기술 보급을 넘어 공선출하 조직과 스마트농업을 결합해 보다 정밀하고 효율적인 생산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이승홍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