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통합 마중물 5조원, ‘레드바이오’로 지역 운명 바꿔야

서동삼 전남바이오진흥원 바이오의약본부장

서동삼 gn@gwangnam.co.kr
2026년 05월 04일(월) 18:17
서동삼 전남바이오진흥원 바이오의약본부장
광주시와 전남도의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지역 사회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통합에 따른 인센티브로 중앙정부로부터 받게 될 연간 5조원 규모의 보조금 활용 방안은 향후 ‘전남광주특별시’의 백년대계를 결정지을 핵심 화두다. 필자는 이 막대한 재원의 일부를 지역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미래 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먹거리를 제공할 ‘레드바이오(Red Bio, 보건·의료)’ 산업 육성에 집중 투입할 것을 강력히 제안한다.

전남 화순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요충지다. 국내 유일의 ‘백신산업특구’이자 최근 ‘국가 첨단전략산업 바이오 특화단지’로 지정되며 그 위상을 공고히 했다. 이곳에는 이미 글로벌 수준의 인프라가 집적돼 있다. 국내 유일의 국산 백신 자급화 거점인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 차세대 항암제 개발의 핵심인 ‘국가 면역치료 플랫폼’,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해주는 ‘전남바이오진흥원 바이오의약본부와 미생물실증지원센터’ 등 R&D부터 임상, 시제품 생산에 이르는 전주기 지원 체계가 이미 가동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훌륭한 하드웨어를 갖추고도 그간의 성장은 기대만큼 폭발적이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재정적 갈증’이었다. 바이오 산업은 초기 대규모 자본 투입과 장기적인 R&D 호흡이 필수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산업이다. 하지만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형편으로는 글로벌 앵커 기업을 유인할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급변하는 바이오 기술 트렌드에 맞춘 대규모 장비 고도화를 지속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중앙정부의 예산 또한 부처별로 파편화돼 있어 집중적인 성장을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가 맞이할 연간 5조원의 보조금 일부가 레드바이오에 집중될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는 해외 성공 사례가 명확히 보여준다. 싱가포르의 ‘바이오폴리스’는 정부 주도형 클러스터의 전형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약 20년간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재정을 쏟아부어 싱가포르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은 50여곳이 넘는다. 그 결과 현재 글로벌 10대 제약사 중 8곳이 싱가포르에 둥지를 틀었으며, 바이오메디컬 분야는 현재 GDP의 약 3%, 제조업 생산의 약 10%를 차지하는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보스턴의 ‘켄달 스퀘어’ 역시 주정부의 인프라 개선과 세제 혜택이라는 마중물이 민간 투자를 끌어내며 시가총액 약 500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클러스터로 성장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증명하는 사실은 하나다. 바이오 산업의 성패는 초기 단계에서 정부가 얼마나 과감하고 지속적인 재정적 ‘드라이브’를 거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5조원의 일부는 화순이 보유한 글로벌 인프라에 다음과 같이 강력한 엔진을 달아줄 ‘생명수’가 돼야 한다.

첫째 화순의 바이오 인프라를 초고도화해 신약 개발의 골든타임을 확보해야 한다. 기존의 국가 면역치료 플랫폼에 광주의 AI·슈퍼컴퓨팅 인프라를 결합하는 것을 넘어, ‘오가노이드(Organoid, 유사 장기)’과 ‘마이크로도징(Microdosing, 극소량 임상)’ 연구개발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동물 실험의 한계를 극복하는 오가노이드 기술과 인체 내 약물 거동을 조기에 확인하는 마이크로도징 기술이 결합하면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화순이 이 분야 첨단 기술의 메카가 된다면 전 세계 제약사들이 임상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화순으로 모여들게 될 것이다.

둘째 글로벌 앵커 기업 유치를 위한 파격적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부지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통합 재원을 바탕으로 한 ‘레드바이오 전용 펀드’를 조성해 유망 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cGMP 수준의 대규모 공동 위탁생산(CDMO) 시설을 확충해 기업들이 화순에 들어오는 순간 바로 생산에 돌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바이오 산업의 핵심은 결국 인재다. 통합 재원을 활용해 지역 대학과 연계한 ‘글로벌 바이오 공정 전문 대학원’을 운영하고, 화순의 첨단 시설에서 실무를 익힌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세계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산업통상부의 분석에 따르면 바이오 특화단지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약 37조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12만명 이상의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 이는 단순히 한 지역의 발전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바이오 안보와 글로벌 경쟁력을 책임지는 국가적 과업이다.

광주와 전남이 하나가 된다는 것은 단순한 행정적 결합 그 이상의 의미다. 재정적 한계로 머뭇거렸던 시간은 이제 끝내야 한다. 통합의 산물인 5조원의 보조금은 화순이 세계적인 바이오 메카로 도약하고, 우리 지역이 대한민국 경제의 당당한 주역으로 우뚝 서게 할 ‘결정적 열쇠’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레드바이오라는 거대한 기회에 우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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