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스타트업, 기술보다 절차에 막힌다

송대웅 산업부 차장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2026년 05월 06일(수) 18:41
송대웅 산업부 차장
스타트업에게 시간은 생존과 직결된다. 대기업처럼 수년간 적자를 감당하며 버틸 체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충분한 인력과 자본을 갖춘 것도 아니다. 아이디어와 기술이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지 빠르게 검증하고 투자와 판로를 연결해야 살아남는다.

특히 인공지능(AI), 미래모빌리티, 에너지 산업처럼 시장 변화 속도가 빠른 분야일수록 ‘지금’ 움직이지 못하면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최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호남연수원에서 열린 광주 청년창업사관학교 현장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불만이 쏟아졌다. 청년 창업가들은 기술 개발보다 실증 절차와 규제 대응, 각종 지원사업 준비 과정이 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은 인력과 자원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기술 개발과 시장 검증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행정 절차와 각종 인증, 평가 대응까지 기업이 직접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 초기 가장 중요한 시기에 기업의 역량이 ‘시장’보다 ‘서류’에 쏠리는 셈이다.

정부 역시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각종 지원사업과 규제 특례 제도를 확대해 왔는데 문제는 현장의 체감 속도다. 창업기업 입장에서는 지원사업 숫자보다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제조 기반 스타트업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소프트웨어 기업과 달리 설비 구축과 시제품 제작, 인증 절차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투자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초기 기업은 실증 단계에서 자금이 묶이거나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역 스타트업이 처한 환경은 수도권과 비교하면 더 열악하다. 수도권은 투자사와 대기업, 협력기관, 실증 인프라가 밀집해 있어 문제 해결 경로가 다양하지만 지역은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같은 제도라도 지역 기업이 체감하는 진입 장벽이 더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광주·전남은 최근 AI와 에너지, 미래모빌리티 산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 육성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실증과 초기 사업화 단계에서 기업들이 오랜 시간 멈춰 서 있다면 생태계는 성장하기 어렵다. 결국 산업 경쟁력은 기술만이 아니라 기술이 시장으로 나가는 ‘속도’에서 결정된다.

이제는 단순히 지원사업 숫자를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스타트업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특혜가 아니다. 시장 변화 속도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 환경, 그리고 기술 검증과 사업화를 빠르게 이어갈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다.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송대웅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www.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78060507536767015
프린트 시간 : 2026년 05월 06일 21:2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