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라 녹두밭"…주남마을서 되새긴 오월

[제13회 기역이 니은이 인권문화제]
살풀이·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하며 518m 추모 행진
헌화·주먹밥으로 기억 나눔…"민주·인권·평화 기억"

글·사진=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2026년 05월 17일(일) 18:11
계엄군에 의한 암매장 희생자를 기리는 ‘제13회 기역이 니은이 인권문화제’가 지난 16일 광주 동구 주남마을에서 진행됐다.
계엄군에 의한 암매장 희생자를 기리는 ‘제13회 기역이 니은이 인권문화제’가 지난 16일 광주 동구 주남마을에서 진행됐다. 신동하 광주 동구청장 권한대행과 주남마을 주민 등 100여명이 5·18위령비까지 행진하고 있다.


“계엄군에 의한 민간인 희생과 암매장의 아픔. 1980년 광주의 오월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의 비극이 서린 광주 동구 주남마을에서 오월 영령을 추모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기는 ‘제13회 기역이 니은이 인권문화제’가 지난 16일 열렸다. 참가자들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518m 추모 행진에 나서고, 주먹밥을 함께 나누며 1980년 광주의 연대 정신을 되새겼다.

‘기역이 니은이’는 주남마을의 옛 지명인 ‘지한면 녹두밭 웃머리’를 기억하자는 뜻에서 ‘기억하라 녹두밭 웃머리’의 초성인 ‘ㄱ’과 ‘ㄴ’을 따 이름 붙여졌다. 지난 2014년부터 주민들이 직접 기획·운영해온 이 문화제는 오월의 아픔을 지역 공동체의 기억으로 남기고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를 이어가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날 행사에는 안도걸 국회의원과 신동하 동구청장 권한대행, 이철성 축제추진위원장, 조장근 지원2동 자치회장, 김순권 광주 동구자원봉사센터장,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인권이 숨 쉬는 주남마을’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노란 풍선, 깃발을 들고 마을 입구에서 5·18 위령비까지 518m를 함께 걸으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행진 도중 참가자들은 ‘1980년 오월 어느 날’이라는 제목의 벽화 앞에 잠시 멈춰 섰다.

사회자는 “벽화 속 사슴은 평안과 신성함을 상징하고, 18마리의 사슴은 당시 희생자와 부상자들을 의미한다”고 설명했고, 일부 참가자들은 말없이 벽화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계엄군에 의한 암매장 희생자를 기리는 ‘제13회 기역이 니은이 인권문화제’가 지난 16일 광주 동구 주남마을에서 진행됐다. 강원대 강릉캠퍼스 민중가요노래패 타래가 5·18위령비 앞에서 추모를 하고 있다.


위령비 앞에서는 유금님 전통무용가의 살풀이 공연이 이어졌다.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애절한 몸짓에 현장 분위기는 숙연해졌고, 참가자들은 풍선 날리기와 헌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을 통해 오월 정신을 함께 기렸다.



계엄군에 의한 암매장 희생자를 기리는 ‘제13회 기역이 니은이 인권문화제’가 지난 16일 광주 동구 주남마을에서 진행됐다. 시민들이 5·18위령비 앞에서 헌화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1980년 5월 광주, 피지도 못하고 짓밟힌 두 청년의 넋을 위로하며 작은 돌비를 세웁니다’라고 적힌 위령비 앞에 국화를 내려놓으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어 민주로·인권로·평화로의 비석에 새겨진 시를 강숙자·박병윤·박지수씨가 차례로 낭독하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의미를 되새겼다.

행사 마지막에는 참가자들이 하얀 천과 조약돌 위에 ‘주남마을 기억하겠습니다’, ‘민주·평화·인권’, ‘5월 광주 잊지 않겠습니다’ 등의 문구를 붓글씨로 적으며 오월 정신 계승 의지를 다졌다. 지원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준비한 주먹밥 나눔 행사도 이어져, 참가자들은 1980년 시민들이 서로를 위해 나눴던 공동체 정신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계엄군에 의한 암매장 희생자를 기리는 ‘제13회 기역이 니은이 인권문화제’가 지난 16일 광주 동구 주남마을에서 진행됐다. 인권문화제에 참여한 시민, 청소년들이 조약돌에 글을 남기고 있다.
계엄군에 의한 암매장 희생자를 기리는 ‘제13회 기역이 니은이 인권문화제’가 지난 16일 광주 동구 주남마을에서 진행됐다. 인권문화제에 참여한 시민, 청소년들이 조약돌에 글을 남기고 있다.


타 지역 대학생들의 참여도 눈길을 끌었다. 임세경 강원대 강릉캠퍼스 민중가요노래패 ‘타래’ 회장(23)은 “5·18민주화운동뿐 아니라 주남마을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어 광주를 찾았다”며 “광주에서 느낀 민주주의의 의미와 현장의 기억을 친구들에게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철성 위원장은 “주민들이 오랜 시간 기억하고 축제를 이어왔지만 주민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이제는 국가와 행정이 함께 지켜야 할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로 자리매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시와 동구는 주남마을 위령비 일대를 민주·인권·평화 역사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개인 사유지에 설치된 위령비 부지를 매입해 주변을 정비하고, 과거 공수부대 주둔지 일대에는 상설 공연과 문화행사가 가능한 광장과 무대를 조성한다. 또 인근 폐축사는 원형을 최대한 보존한 채 민주·인권·평화 역사관으로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글·사진=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글·송태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www.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79009086537661000
프린트 시간 : 2026년 05월 18일 10:4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