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광장’ 금남로, 다시 민주주의로 물들다

[제46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
주먹밥 나눔·달리기·행진까지…시민 참여 행사 다채
헌혈 가두방송 재연·‘민주의 밤’ 개막…"공동체 기억"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2026년 05월 17일(일) 18:11
5·18 민주화운동 46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독일대학교 한국 교환 유학생들이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소년의 온다’ 소설 주인공 문재학 열사의 묘역 앞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광주시의사회와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 광주·전남 고등학생 헌혈 홍보대사 ‘레드캠페이너’들은 지난 16일 흰 가운과 교련복 차림으로 1980년 당시 헌혈 참여를 호소하던 가두방송을 재연했다.


1980년 5월 시민들의 함성과 연대로 뜨겁게 타올랐던 광주 금남로가 46년 만에 다시 민주주의의 물결로 가득 찼다. 주먹밥을 나누고, 오월의 길을 함께 달리며, 거리 행진과 공연으로 광장을 채운 시민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공동체 정신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겼다.

제46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가 지난 16일 광주 동구 금남로와 5·18민주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공간인 금남로는 이날 하루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과 체험 행사로 가득 차며 다시 ‘오월 광장’으로 되살아났다.

금남로 곳곳에 마련된 시민난장 체험부스에는 학생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함께 걷고, 달리고, 노래하며 오월 정신을 체험했고, 광장은 자연스럽게 나눔과 연대의 공간으로 변모했다.

오월어머니집과 광주시자원봉사센터, 광주상인연합회 등이 운영한 ‘오월의 주먹밥, 희망을 나누다’ 부스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주먹밥을 만들고 서로 건네며 공동체 정신을 나눴다. 1980년 시민들이 서로를 살리기 위해 주먹밥을 나눴던 기억을 오늘의 연대로 이어가는 시간이었다.



문성고등학교 동아리 ‘리더스서밋’은 민주주의·인권·평화의 가치를 알리는 5·18 기억하기 체험부스를 운영했다.
지난 16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민주평화대행진 행사에 참여한 광주지역 학생들이 대형 태극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문성고등학교 동아리 ‘리더스서밋’은 민주주의·인권·평화의 가치를 알리는 5·18 기억하기 체험부스를 운영했다. 학생들은 체험객들과 함께 ‘오월을 기억합니다’, ‘민주주의 꽃은 이어집니다’ 등의 문구가 담긴 키링과 팔찌를 만들며 오월 정신을 공유했다. 이 밖에도 가래떡 나눔과 오월꽃 만들기 체험 등이 진행돼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김하경 문성고 교사는 “학생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의미를 시민들과 직접 나누며 배우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민주시민으로 자라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체험부스에서는 어린이들이 옛 전남도청과 옛 상무대 등 5·18 사적지를 퍼즐로 맞추며 자연스럽게 오월의 역사를 접했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은 아이들과 함께 퍼즐을 완성하며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기는 모습이었다.



5·18 민주화운동 46주년을 이틀 앞둔 16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 민주평화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전두환의 사진을 철장 안에 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5·18 민주화운동 46주년을 이틀 앞두고 지난 16일 오후 ‘런(RUN) 5·18 도청 가는 길’ 참가자들이 금남로를 지나 5·18 민주광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광주시의사회와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 광주·전남 고등학생 헌혈 홍보대사 ‘레드캠페이너’들은 흰 가운과 교련복 차림으로 1980년 당시 헌혈 참여를 호소하던 가두방송을 재연했다. 참가자들은 거리 한복판에서 울려 퍼진 외침을 통해 긴박했던 오월의 순간을 생생히 체감했다.

최정섭 광주시의사회 회장은 “광주시민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있다”며 “시민들을 살리기 위해 헌혈에 동참해달라”고 외쳐 시민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전일빌딩245와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도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관람객들은 당시 사진과 영상 자료를 유심히 살펴보며 기록을 남기거나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등 오월의 흔적을 기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오후 3시부터는 ‘RUN 5·18, 도청 가는 길’ 행사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전남대와 광주역, 대인광장, 금남로, 5·18민주광장으로 이어지는 5.18㎞ 구간을 달리며 1980년 5월 시민들이 걸었던 길을 몸소 따라갔다.

이어 오후 4시부터는 1980년 금남로로 향했던 ‘민족민주화성회’를 재현한 민주평화대행진이 펼쳐졌다. 시민들은 ‘가자 도청으로’, ‘5·18 헌법정신으로’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광주고와 북동성당, 광주역 등에서 출발해 금남로와 5·18민주광장까지 행진하며 민주주의 계승 의지를 다졌다.

오후 5시18분부터는 5·18민주광장 분수대 특설무대에서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 ‘민주의 밤’이 열렸다. 올해 처음 선보인 ‘민주의 밤’은 기존 전야제를 확장한 행사로, 광장 시계탑에서 울려 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 연주와 묵념으로 막을 올렸다.

주최 측은 이날 금남로 일대에 1만여명의 시민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시민들은 세대를 넘어 함께 걷고 노래하며, 1980년 5월 광주가 남긴 민주주의와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겼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송태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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