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벅’에 고발·규탄까지…들끓는 광주 민심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후폭풍]
5·18유공자들 법적 대응…지역 시민단체 릴레이 집회
매장 곳곳 한산…"광주 상처 건드린 마케팅" 비판 거세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2026년 05월 20일(수) 18:44
광주시민단체가 20일 광주 서구 광천사거리에서 ‘5·18 영령이 피눈물을 흘린다’, ‘탱크데이로 5·18과 박종철 열사를 조롱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진행했다.
‘탈벅’에 고발·규탄까지…들끓는 광주 민심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후폭풍]

5·18유공자들 법적 대응…지역 시민단체 릴레이 집회

매장 곳곳 한산…“광주 상처 건드린 마케팅” 비판 거세



스타벅스코리아의 이른바 ‘탱크데이 이벤트’를 둘러싼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인 지난 18일 스타벅스코리아가 텀블러 판매 행사 과정에서 ‘탱크데이’라는 표현과 함께 ‘책상에 탁!’ 문구를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광주 지역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5·18 유공자들은 경찰 고발에 나섰고, 시민단체들은 규탄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스타벅스 이용을 꺼리는 이른바 ‘탈벅’ 현상까지 나타나는 분위기다.



5·18 유공자 박하성씨(오른쪽)이 20일 광주 남부경찰서 민원실에서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민주주의 조롱” 5·18 유공자들·서울 시민단체 고발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 실수가 아닌 ‘역사 왜곡과 모욕’이라고 규정하며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

5·18 유공자와 관련 단체 회원들은 20일 광주 남부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자리에는 최후시민군으로 알려진 박하성, 황일봉, 정정옥, 나명관, 김광호 등 국가폭력의 직접적인 피해자들도 함께했다.

피고발인에는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1980년 5월 광주시민을 짓밟았던 군사독재의 폭력을 상징하는 ‘탱크’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의 은폐 발언을 연상시키는 ‘책상에 탁’ 표현을 결합해 상업적 홍보 문구로 사용했다”며 “민주주의 희생을 조롱거리로 만든 반사회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5·18 유공자이자 국가폭력의 직접 피해자인 당사자들은 이번 사태로 당시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는 정신적 충격과 모욕감을 느꼈다”며 “대기업이 역사적 비극을 텀블러 판매 수단처럼 활용한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스타벅스코리아 측에 대해 형법상 모욕죄와 5·18민주화운동 특별법 위반 혐의 적용을 촉구했다. 이후 스타벅스를 불매하겠다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서울에서도 추가 고발이 이어졌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날 정용진 회장과 손 전 대표를 모욕·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단체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 ‘탱크데이’ 표현을 사용한 것은 당시 계엄군의 무력 진압을 떠올리게 하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며 “사후 사과에도 그룹 차원의 역사 인식과 관리·감독 부실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박하성 등 5·18 유공자 5명과 관련 단체 회원들은 20일 광주 남부경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지역 시민사회, 규탄 시위…부산 등 연대 움직임도

광주 시민사회도 연일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주권사수광주전남시민연대는 20일 광주 서구 광천사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타벅스코리아와 신세계그룹을 강하게 규탄했다.

참가자들은 ‘5·18 영령이 피눈물을 흘린다’, ‘탱크데이로 5·18과 박종철 열사를 조롱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단순한 마케팅 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성명을 통해 “‘탱크’는 군사정권과 국가폭력을 상징하는 단어”라며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이를 사용한 것은 광주의 역사와 희생을 가볍게 소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책상에 탁’ 표현과 관련해서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수사기관의 왜곡 발표를 떠올리게 한다”며 “민주주의 희생자들의 아픔을 상업적 홍보 문구처럼 활용한 데 시민들이 큰 충격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과 함께, 내부 검증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점검을 요구했다.

논란은 광주를 넘어 부산 지역 시민사회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시민단체 측은 박종철 열사의 상징성이 큰 부산 시민단체들과 연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오월을사랑하는모임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다음 달 17일까지 광주 서구 광천동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릴레이 집회와 1인 시위를 이어가기로 했다.

현장에 나온 시민들도 격양된 반응도 내비쳤다.

장재환씨는 “5월18일에 ‘탱크데이’라는 표현을 본 순간 충격적이었다”며 “광주시민뿐 아니라 민주주의 희생자를 기억하는 국민 모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대기업이 역사적 상징성과 사회적 민감성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 같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들의 역사 인식과 내부 검수 체계를 전반적으로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빈자리가 가득한 광주 한 스타벅스 매장 내부 모습.
빈자리가 가득한 광주 한 스타벅스 매장 내부 모습.
△매장 곳곳 빈자리 ‘가득’…“매일 가던 곳인데 발길 돌렸다”

논란 이후 광주지역 스타벅스 매장 분위기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0일 광주 남구 한 스타벅스 매장은 평소와 달리 한산한 모습이었다. 점심시간 전이면 좌석 대부분이 채워지던 매장이었지만 손님은 테이블 곳곳에 띄엄띄엄 앉아 있었고, 긴 노트북 좌석도 빈자리가 많았다. 주차장 역시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광주의 또 다른 DT 매장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오전 11시가 넘은 시간에도 주문 대기 없이 음료가 바로 나왔고, 2층 좌석은 배경음악만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문을 열고 들어온 한 손님은 주변을 둘러본 뒤 같이 온 지인에게 “조용하네”, “자리 많네”라고 나지막이 말하기도 했다.

다른 스타벅스 매장도 평소보다 눈에 띄게 한산했다.

직원들도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했다. 한 직원은 ‘탱크데이’ 논란 이후 손님이 줄었느냐는 질문에 “확실히 줄기는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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