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스타트업]아주작은생태계

목포 로컬 생태계 실험…불 꺼진 원도심에 사람 채운다
유휴공간 개발·상권 활성화·창업 교육까지 연결
숙박·브랜딩·콘텐츠 결합한 지역 기반 모델 구축
“지역 살리는 건 결국 사람”…관계 중심 구조 강조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2026년 05월 26일(화) 18:42
유휴공간(여관)을 재생해서 만든 ‘스테이 카세트플레이어’ 전경.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떠나고, 지역에는 비어가는 상가와 불 꺼진 골목만 남는다. 인구 감소와 상권 침체가 동시에 이어지고 있는 원도심의 현실에 최근에는 도시 기능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지방 소멸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 하지만 누군가는 그 안에서도 여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목포에서 아주작은생태계를 운영하고 있는 박명호 대표는 지역 유휴공간 개발과 상권 활성화, 로컬 창업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빈 공간을 채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역 안에 ‘사람이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숙박 공간을 직접 운영하고, 지역 창업자와 기획자를 발굴·교육하며, 디자인과 브랜딩까지 연결해 하나의 로컬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그는 지역 문제의 핵심을 결국 ‘사람’에서 찾는다. 지역에 사람이 남고, 다시 유입되고, 관계가 만들어져야 도시도 살아난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아주작은생태계 역시 단순한 공간 사업이나 기획사가 아니라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는 플랫폼에 가깝다.

박명호 대표는 “좋은 직장과 좋은 동료, 좋은 환경이 있으면 사람은 어디든 간다”며 “결국 지역도 사람이 오래 머물 수 있는 이유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지역을 살리는 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공간만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머무를 이유와 관계가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에서 초·중·고와 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박 대표는 IT회사에서 CMO 업무를 맡았고, 여행 스타트업 창업 경험도 있었다. 그러던 중 전국 곳곳을 다니며 지역에서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박 대표는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도 충분히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창업 초기에는 태국 치앙마이에서 사업을 고민하기도 했는데, 마침 목포에서 공간을 임대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으면서 내려오게 됐다”고 목포와의 인연을 설명했다.

박명호 아주작은생태계 대표.


연고 하나 없던 도시였지만 목포는 오히려 그에게 새로운 실험이 가능한 공간이었다. 그는 대도시보다 지역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 빠르게 현실화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서울은 이미 이익 구조나 기득권이 굉장히 단단하게 형성돼 있다보니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시각화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며 “그에 반해 목포는 오히려 새로운 것들을 도전하기에 좋은 환경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도 상대적으로 적고, 새로운 시도를 긍정적으로 봐주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아주작은생태계는 단순한 로컬 브랜드나 공간 운영 회사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지역 안의 빈 공간을 발굴해 새로운 공간으로 기획·개발하고, 그 공간 안에서 활동할 예비 창업자와 기획자들을 교육하는 역할까지 함께 맡는다. 여기에 디자인과 브랜딩, 콘텐츠 기획까지 연결해 지역 상권 전체를 하나의 생태계처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박 대표는 현재 사업 구조를 크게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 번째는 지역 유휴공간 개발이다. 원도심이나 침체된 상권의 빈 건물을 새로운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일이다. 실제로 게스트하우스 형태의 숙박 공간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두 번째는 지역 창업자와 기획자를 위한 교육 사업이다. 지역 안에서 창업하거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도하려는 청년들에게 기획과 운영 경험을 제공한다. 마지막은 지역 콘텐츠 제작이다. 공간과 상권을 살리기 위한 디자인과 브랜딩, 콘텐츠 제작까지 함께 수행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역이나 상권을 살리려면 결국 그 공간에서 창업하는 사람들이 잘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아주작은생태계는 유휴공간을 기획하고 개발할 뿐 아니라, 그 안에서 활동할 사람들까지 함께 성장시키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유휴공간(여관)을 재생해서 만든 ‘스테이 카세트플레이어’ 내부 모습.


그는 회사 이름인 ‘아주작은생태계’에도 이런 철학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지역 활성화의 핵심을 ‘오래 머무는 환경’에서 찾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을 오래 머물게 하는 건 혼자 힘으로 안 된다는걸 이 일을 하면서 느꼈다”며 “공간, 콘텐츠, 공동체, 공공의 지원, 창업자들이 다 연결돼야 하나의 생태계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 원도심은 도시 기능 자체가 많이 사라져 있는데, 아주 작은 생태계라도 먼저 만들어져야 다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지역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사람’을 꼽았다. AI와 기술이 발전하는 시대일수록 결국 중요한 건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이 지역에 남아 무엇을 만들어내느냐라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지금은 기술 격차보다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역이라고 기술이 부족한 시대는 아니기 때문이다“며 ”결국 누가 어떤 생각으로 기획하고 실행하느냐가 중요하다. 사람 한 명이 지역에 뿌리를 잘 내리면 생각보다 많은 변화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다양한 청년들을 만나며 그런 가능성을 체감했다고 했다. 지역 프로젝트를 통해 진로를 바꾸거나,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은 청년들도 적지 않았다.

그는 “우울감이나 자존감 문제로 힘들어하던 친구들이 자기 길을 조금씩 찾아가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며 ”꼭 창업이 아니더라도 농사를 짓거나 지역에서 일하거나, 본인이 원하는 삶의 형태를 찾는 것. 그런 변화가 굉장히 의미 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국립목포대 후문 상권 활성화를 위해 대학생 상권기획자들과 함께 진행한 골목축제.


박 대표 역시 과거 번아웃과 우울감을 경험했다. 좋은 회사와 연봉을 좇으며 쉼 없이 달렸지만 어느 순간 삶의 의미를 잃었다고 했다. 이후 새로운 지역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

박 대표는 “결국 계속 버티는 방식이 달라져야 삶의 이유도 생기는 것 같다”며 “기존에 가진 걸 내려놓고 새로운 경험을 했던 게 저를 다음 단계로 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고 소회했다.

그는 지역 청년 문제의 핵심으로 “기회를 알지 못해 아무것도 시도하지 못하는 상태”를 꼽았다. 그래서 더욱 다양한 경험과 실험의 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아주작은생태계는 목포와 인근 지역에서 공간 개발과 상권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역에 필요한 ‘도시 기능’을 수행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박 대표는 여전히 지역의 가능성을 말한다. 결국 도시를 살리는 건 거창한 개발이 아니라, 오래 머물고 싶은 이유를 만드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앞으로는 하나의 작은 생태계로서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싶다”며 “지역에 없는 기능을 대신하는 기업이 되는 것, 그리고 저희 같은 창업 기획자들이 다른 지역에서도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까지 만들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결국 지역에도 사람들의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일과 관계, 그리고 기회가 필요하다”며 “아주작은생태계를 통해 지역 안에서 그런 구조를 계속 만들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휴공간(미용실)을 재생해서 만든 비건 레스토랑 ‘최소한끼’에 마련된 스티커와 쿠폰.


유휴공간(미용실)을 재생해서 만든 비건 레스토랑 ‘최소한끼’.


대학생 상권기획자들이 국립목포대 후문 상권 활성화를 위해 골목축제를 추진·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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