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AI전쟁…‘자율주행 실증도시’ 첫 시험대

[출발점에 선 '미래차 도시' 광주]<1> 프롤로그
전국 첫 도시 단위 실증…광주 전역 시범지구 지정
하반기 레벨4 자율주행차 200대 단계적 운행 돌입
현대차·오토노머스에이투지·라이드플럭스 등 참여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2026년 05월 26일(화) 18:44
AI 모빌리티 국가시범도시 비전 조감도
광주시는 지난 13일 김대중컨벤션센터 전시장에서 국토교통부, 한국교통안전공단, 현대자동차, 삼성화재, 라이드플럭스, 오토노머스에이투지(A2Z) 등 자율주행 산업을 견인하는 민·관·연 7개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자율주행 실증도시 조성 사업’의 성공 추진을 위한 ‘대한민국 자율주행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미래 모빌리티 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도심에서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를 상용화하며 데이터 확보와 산업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실증사업이 확대되는 가운데 광주시는 전국 최초로 도시 전역을 대상으로 한 자율주행 실증도시 구축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광주는 완성차 생산 기반과 국가 AI 데이터센터, 미래차 산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AI 기반 미래모빌리티 도시’를 추진 중이다. 정부 역시 광주 전역을 자율차 시범운행지구로 지정하고 규제특례와 실증 지원에 나서며 국가 전략사업과 연계하고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은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시민 안전과 교통체계, 제도 정비, 산업 생태계 구축까지 함께 요구되는 분야다. 본보는 이번 기획을 통해 도시 단위 실증의 의미와 현실적 한계, 기술 수준, 해외 상용화 사례 등을 살펴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자율주행차는 먼 미래 기술처럼 여겨졌다. 운전대 없이 도로를 달리는 차량은 영화 속 장면에 가까웠고, 국내 자율주행 실험 역시 제한된 테스트베드나 산업단지 안에서 이뤄지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중국 베이징과 우한에서는 수백 대 규모의 무인 로보택시가 실제 시민을 태우고 도심을 달리고 있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피닉스에서는 자율주행 차량 호출 서비스가 일상 속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빅테크 업체들은 이제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누가 먼저 도시 데이터를 확보하느냐’를 놓고 경쟁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자율주행은 더 이상 자동차 산업만의 영역이 아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통신, 반도체, 플랫폼 산업이 결합된 미래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경쟁의 본질을 결국 ‘데이터 확보 경쟁’으로 본다. 차량이 실제 도로에서 얼마나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고 학습했느냐에 따라 기술 완성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자율주행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규제특례와 실도로 중심의 기술 검증 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국내 자율주행 산업은 여전히 ‘실험 단계’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기술 수준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 생활도로 기반의 데이터 축적과 상용화 경험은 미국과 중국에 비해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광주시의 ‘도시 단위 자율주행 실증’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4월 광주 전역 500.97㎢를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로 지정했다. 특정 노선이나 산업단지가 아니라 도시 전체를 실증 공간으로 설정한 것은 국내 최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자율주행 차량 200대가 단계적으로 도로 위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AI 기반 E2E(End to End) 방식의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을 실제 도시 환경에서 검증하는 프로젝트다. 차량이 도로 위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며 주행 판단 능력을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광주 도심 전역을 하나의 거대한 실도로 테스트베드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사업과 차별화된다.

국토부는 기술 검증 과정의 제도적 장벽을 낮추기 위한 규제 특례도 함께 적용하고 있다. 광주지역에 투입되는 자율주행 전용차량에 대해서는 기존 자기인증 절차 없이 임시운행허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했다. 일반 차량은 도로 주행을 위해 제조사가 안전기준 적합 여부를 입증해야 하지만, 연구개발 중심의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SDV)은 양산차 수준의 인증을 받기 어려워 기술 검증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 국토부는 이러한 규제를 완화해 실제 도심 환경에서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이번 실증사업 참여 기업으로 현대자동차와 오토노머스에이투지(A2Z), 라이드플럭스 등을 선정했다. 완성차 제조와 AI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셔틀·물류 플랫폼 기술이 결합된 구조다. 각 기업은 완성차 기반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와 셔틀 서비스, 물류 운송 등 분야별 역할을 맡아 광주 도심 전반에서 실증을 진행하게 된다.

광주시는 이를 토대로 ‘개발-실증-생산-인증’으로 이어지는 미래차 산업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정부 역시 자율주행 실증도시와 연계해 재정·금융·세제·인재·인프라·기술·창업·제도 등 7대 지원 패키지를 추진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산업 구조 전환과 기업 유치, 관련 서비스 육성까지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광주가 실증도시로 주목받는 배경에는 기존 미래차 산업 기반이 자리하고 있다. 지역에는 완성차 생산 공장과 미래차 국가산업단지 조성 계획, 국가 AI데이터센터 등이 집적돼 있다. 여기에 자율주행 실증사업까지 더해지면서 광주가 AI 기반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거점 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지만 기대만큼 과제도 적지 않다. 자율주행은 차량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도로 인프라와 통신 체계, 시민 수용성, 법·제도, 사고 대응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무엇보다 실제 생활도로에서 시민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해외 사례 역시 이러한 현실을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무인 로보택시의 돌발 정차와 접촉 사고 문제로 서비스가 일시 중단된 사례가 있었고, 중국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규제 정비를 병행하며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자율주행 상용화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제도와 도시 인프라, 사회적 신뢰까지 함께 구축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고 책임 기준과 시민 안전, 보험 체계 등 새로운 제도 정비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삼성화재는 자율주행 사고 발생 시 사고당 최대 100억원, 연간 총 300억원 규모의 보상 한도를 제시하며 실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대응 체계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보험 가입부터 사고 대응, 데이터 분석, 보상 절차까지 연계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경쟁의 핵심을 결국 ‘도시 데이터 확보’로 보고 있다. 실제 도심 데이터를 얼마나 축적했느냐가 기술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13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자율주행팀 출범식’에서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자율주행 실증차량에 시승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율주행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빠르게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배경에도 방대한 실도로 데이터 축적이 있었다”며 “광주 실증사업은 국내 자율주행 산업이 실제 생활도로 기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실증사업은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이 실제 도심 환경에서 어느 수준까지 구현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 실증사업은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미래 교통체계와 산업 구조 전환 가능성을 함께 점검하는 과정”이라며 “실증 결과가 향후 국가 자율주행 정책과 상용화 모델 구축의 기준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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