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막판 쏟아지는 전화·문자 폭탄…유권자 ‘신음’

출마자들 과도한 홍보 경쟁…단체채팅방 반복 초대도
"불쾌 넘어 피로감 호소…정치 자체에 대한 혐오 불러"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2026년 06월 02일(화) 18:11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아 특정후보 24시간 지지 호소 창구로 운영되면서 유권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6·3 지방선거 본투표를 하루 앞둔 2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초등학교에 투표소가 설치되고 있다. 투표는 선거일 기준 18세 이상의 국민으로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을 지참하고 주민등록지 내 지정된 투표소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면 된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제9회 6·3 지방선거 본투표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휴대전화가 선거 문자와 홍보 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과 교육감,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후보들이 막판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문자메시지와 자동응답전화(ARS) 발송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2일 공직선거법 등에 따르면 후보자와 예비후보자는 자동 동보통신 방식을 이용한 문자메시지를 선거운동 기간 중 최대 8회까지 발송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에 따라 신고한 전화번호 1개만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거나 수신 대상을 20명 이하로 나눠 발송하는 경우에는 횟수 제한을 받지 않는다. 사실상 무제한 발송이 가능한 구조다.

이 때문에 상당수 유권자들은 저장되지 않은 휴대전화 번호나 일반전화 번호로 걸려오는 선거 홍보 전화와 문자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발송 내용 역시 정책 소개보다는 후보 지지 호소나 정당 투표 독려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 김모(36·광주 동구 계림동)씨는 “업무상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도 받아야 하는데 하루 두세 통씩 선거 관련 전화가 오면 허탈하다”며 “연고도 없는 다른 지역 후보에게서 연락이 오기도 하는데 어떻게 연락처를 알게 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후보자나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단체대화방을 활용한 선거 홍보에 나서면서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부 채팅방은 불특정 다수를 무작위로 초대한 뒤 후보 홍보물과 기사, 선거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게시하고 있다. 채팅방을 나가더라도 다시 초대되기도 한다.

한 채팅방은 ‘주 2회 이내 홍보 게시물 등록’, ‘오전 8시~오후 9시 운영’ 등의 자체 규정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홍보 문구와 포스터가 수시로 게시되며 사실상 상시 선거운동 창구로 운영되고 있었다.

박모(50·광주 서구 화정동)씨는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무분별한 문자와 전화 때문에 불쾌감을 넘어 정치 자체에 대한 피로감이 생긴다”며 “유권자에게 다가가기 위한 선거운동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도 관련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유권자들은 게시판을 통해 “타 지역 후보 선거운동 전화가 반복적으로 와 업무에 방해된다”, “번호를 바꾼 지 3년이 넘었는데도 하루 10건 넘게 선거 문자가 온다”, “차단해도 다른 번호로 계속 연락이 온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예비후보자 등이 선거운동을 위해 전화번호를 수집·이용하는 것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별도의 제한 규정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주주의 축제가 돼야 할 선거가 과도한 홍보 경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병곤 남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문자와 전화는 합법적인 선거운동 수단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선거사무소 차원에서 수신자의 반응을 고려한 자체적인 필터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권자들은 발신번호를 통해 수신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거부 의사에도 반복적으로 문자가 발송될 경우 관련 자료를 확보해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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