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특별시 시대, 관광 전략 다시 짠다

[K-관광 광주·전남 현주소] <4> 체류형 관광도시 조건
MICE·문화·산업 연계한 복합 모델 필요
전문인력 양성 없인 지속 성장 한계 도달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2026년 06월 08일(월) 18:02
최근 광주·전남 관광산업과 특급호텔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조 피터 성규 Cs호텔 부사장, 강광석 전 한국철도공사 광주전남본부 광주여행센터장, 임병호 목포과학대 관광문화융합과 교수, 조현진 동신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
320만 전남·광주특별시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통합 특별법 통과와 지방선거를 거치며 행정 통합의 큰 틀이 마련된 가운데 관광산업의 역할도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국내 최대 규모 광역 생활권이 형성되는 만큼 관광·문화·산업·교통을 아우르는 광역 관광 전략 구축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특급호텔은 단순한 숙박시설을 넘어 도시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광주가 오랜 기간 ‘5성급 호텔 부재 도시’라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면, 앞으로는 전남·광주 특별시 시대에 걸맞은 체류형 관광과 국제행사 유치 역량, 비즈니스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숙박 인프라를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최근 복합쇼핑몰 개발과 글로벌 호텔 브랜드 유치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관심은 ‘특급호텔을 지을 수 있느냐’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로 옮겨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급호텔 유치 자체보다 체류형 관광 생태계 구축, 전문 인력 양성, 광주·전남 연계 관광권 형성 등 호텔 이후를 준비하는 전략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건물을 짓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호텔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도시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체류형 관광 기반 확충, 전문 인력 양성, 광주·전남 연계 관광벨트 구축 등 호텔 이후를 준비하는 전략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급호텔은 숙박시설 아닌 도시 플랫폼”

조현진 동신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특급호텔을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닌 도시 성장의 플랫폼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호텔은 잠을 자고 머무르는 공간에 머물렀지만 최근 호텔 산업은 국제회의와 전시, 비즈니스 행사, 문화 콘텐츠, 의료관광, 레저를 연결하는 복합산업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특히 광주가 가진 강점으로 김대중컨벤션센터를 꼽았다. 호남권 최대 규모 전시·회의 시설을 갖추고 있음에도 이를 뒷받침할 최고급 숙박시설이 부족해 국제행사 유치 경쟁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제회의 주최 측은 행사장 규모뿐 아니라 참가자 숙박 여건도 함께 평가한다”며 “컨벤션센터와 특급호텔은 사실상 하나의 인프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는 의료산업과 문화산업, AI 산업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며 “특급호텔은 이들 산업을 외부와 연결하는 비즈니스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확산하고 있는 호캉스 문화도 주목했다.

조 교수는 “광주 시민들 가운데 고급 숙박 경험을 위해 서울이나 부산, 제주를 찾는 소비층이 적지 않다”며 “특급호텔이 들어서면 외부 관광객 유치뿐 아니라 지역 내 소비를 붙잡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가 특급호텔을 통해 얻어야 하는 것은 건물 하나가 아니라 도시 체류시간 증가”라며 “숙박과 관광, 비즈니스, 소비가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텔은 결국 사람 산업...인력 기반부터 갖춰야”

임병호 목포과학대 관광문화융합과 교수는 특급호텔 논의 과정에서 가장 놓치기 쉬운 부분으로 인력 문제를 꼽았다.

임 교수는 “시설은 돈을 투자하면 만들 수 있지만 서비스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호텔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고 말했다.

실제 광주를 비롯한 지방 호텔업계는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다. 관광·호텔 관련 학과가 축소되거나 폐과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지역에서 배출된 인재 상당수는 수도권이나 제주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임금 수준과 승진 기회, 근무 환경 등에서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특급호텔이 들어서더라도 이를 운영할 전문 인력이 없다면 기대했던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호텔 유치와 동시에 인재 육성 전략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역 대학과 호텔업계, 지자체가 연계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호텔 현장 실습 확대와 취업 연계 프로그램, 지역 정착 지원책 등을 통해 인재 유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광주의 AI 산업 기반을 활용한 스마트 호텔 모델 구축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체크인 자동화, AI 컨시어지, 빅데이터 기반 고객 관리 시스템 등은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인력난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광주가 AI 대표도시를 지향하는 만큼 스마트 관광과 스마트 호텔 분야에서도 선도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급호텔 유치 성공 여부는 결국 얼마나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성장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만 봐선 안 된다...전남과 함께 머물게 해야”

강광석 전 한국철도공사 광주전남본부 광주여행센터장은 호텔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체류 수요를 꼽았다. 아무리 좋은 호텔이 들어서더라도 관광객이 머물 이유가 없다면 객실은 채워지기 어렵고, 결국 수익성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강 전 센터장은 “광주를 하나의 도시로만 바라보는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며 “광주와 전남을 하나의 관광권역으로 묶어 체류형 관광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와 전시회, KIA 타이거즈 경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미식 관광, 파크골프, 남도 문화유산 등을 연결한 광역 관광 전략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광주에서 회의와 전시를 마친 방문객이 담양과 화순, 나주, 순천, 여수 등으로 이동해 관광을 즐기고 다시 광주에서 숙박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전 센터장은 “현재 광주는 방문은 많지만 체류시간이 짧은 도시”라며 “호텔 성공 여부는 결국 관광객을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행사는 광주에서, 관광은 전남에서, 숙박은 광주에서 이뤄지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호텔과 관광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접목한 광주형 숙박시설 필요”

조 피터 성규 Cs호텔 부사장은 광주 호텔산업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전문 인력 확보’를 꼽았다. 특급호텔 유치 자체보다 운영을 담당할 인적 기반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 부사장은 현재 광주지역 호텔업계가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역 대학의 호텔·관광 관련 학과가 축소되거나 통폐합되고 있는 데다, 호텔업계 특유의 낮은 임금과 높은 노동 강도로 인해 청년층 유입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역 호텔 상당수는 호텔경영학 전공자보다 비전공자 비율이 높은 상황이다. 향후 복합쇼핑몰 개발과 함께 5성급 호텔이 들어서더라도 관리자와 핵심 인력은 수도권에서 충원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조 부사장의 분석이다.

그는 “특급호텔이 생긴다고 해서 곧바로 지역 청년 일자리로 연결되는 구조는 아니다”며 “지역 대학과 호텔업계가 연계된 인재 양성 시스템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부사장은 광주만의 차별화된 호텔 모델 구축 필요성도 제기했다.

광주가 정부의 인공지능(AI) 중심도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단순 숙박시설이 아닌 ‘AI 특화 호텔’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체크인·체크아웃 자동화, AI 기반 관광안내 서비스, 로봇 서비스 등을 접목한 미래형 호텔을 통해 다른 지역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서울이나 부산을 그대로 따라가는 방식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며 “광주가 가진 AI 산업 기반과 관광자원을 결합한 새로운 호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급호텔은 결국 도시 경쟁력을 보여주는 상징이지만, 운영 역량과 인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호텔 유치 논의를 넘어 광주형 관광·호텔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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