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표도서관 붕괴, 부실 용접이 부른 ‘인재’

용접부 설계 강도 3분의 1 수준…무자격 시공 확인
불법 하도급에 공기 단축 독촉·부당한 지시 정황도

글·사진=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2026년 06월 11일(목) 18:02
광주대표도서관 시공사 관계자와 감리자, 하청업체 관계자, 현장 작업자 등이 11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고 있다.
광주대표도서관 시공사 관계자와 감리자, 하청업체 관계자, 현장 작업자 등이 11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고 있다.


노동자 4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대표도서관 공사장 붕괴 사고는 부실 용접과 허술한 품질관리, 불법 하도급이 복합적으로 얽힌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용접 품질과 무자격 작업자 투입, 공기 단축 압박까지 겹치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행정안전부 산하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최근 광주대표도서관 공사장 붕괴사고 예비조사 결과를 통해 사고 원인을 ‘용접 불량에 따른 철골 접합부 파손’으로 결론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조사 결과 붕괴한 철골 구조물은 길이 48m 규모의 대형 장스팬(장경간) 구조물로, 핵심 접합부의 용접 품질이 설계 기준에 크게 미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원이 비파괴 검사와 구조 해석을 실시한 결과 일부 용접 부위는 시공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심각한 품질 저하 상태였다. 현장 검사에서는 80%가 넘는 불합격률이 나왔고, 용접부 강도는 설계 기준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고 당시 구조물에 작용한 하중은 설계 하중의 약 35% 수준에 그쳤다. 연구원은 설계 기준에 맞게 시공됐다면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었다고 판단했다.

조사단은 정상적인 시공이 이뤄졌다면 접합부가 아닌 철골 부재 자체가 먼저 손상됐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용접부가 먼저 파단되면서 구조물 균형이 무너졌고 연쇄 붕괴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시공 과정의 관리 부실도 다수 확인됐다. 현장에서는 국가기술자격을 갖추지 않은 작업자가 용접 작업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철골 구조물 현장 접합은 자격증 보유자나 별도 기량 평가를 통과한 숙련 작업자만 수행할 수 있지만, 일부 작업자는 자격증은 물론 기량 평가도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공사와 감리 측은 용접 불량 사실을 인지하고도 구조물 전체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지 않았다. 불량이 확인된 일부 구간만 보수했을 뿐 전수 조사와 안전성 검토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과정에서는 공기 단축을 위해 용접 작업을 재촉하거나 시공 편의를 위해 철근을 삽입한 뒤 용접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확인됐다. 일부 접합부에서는 철근 삽입과 용접량 부족 등 명백한 시공 불량 사례가 발견됐다.

불법 재하도급 문제 역시 사고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연구원은 일부 공정에서 하도급 업체가 공사를 다시 다른 업체에 넘기는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졌고, 무등록 건설업체가 타 업체 명의를 빌리거나 계약 없이 시공에 참여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광주대표도서관은 넓은 실내 공간 확보를 위해 장스팬 공법이 적용된 현장이었다. 연구원은 고위험 공정임에도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형성되면서 시공 품질과 안전관리 체계가 크게 약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예비조사만으로도 사고 원인이 충분히 규명됐다고 보고 별도 본조사 없이 관련 자료를 경찰에 넘겼다.

광주경찰청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공사 관계자와 감리자, 하청업체 관계자, 현장 작업자 등 11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편 광주대표도서관은 광주 서구 상무지구 옛 상무소각장 부지에 연면적 1만1286㎡,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의 공공도서관으로 건립될 예정이었다. 지난해 12월 11일 옥상층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철골 구조물이 붕괴하면서 현장 노동자 4명이 매몰돼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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