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시대 흐름…동시대인에 메시지 전할 터"

창간 30주년 문예지 ‘시와사람’…시문학 견인에에 온힘
1996년 창간호 이후 한 회도 휴간없이 통권 120호 펴내
디카시 읽기·남도시인탐구 및 해시태그 등 내용 ‘다채’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6년 06월 15일(월) 18:24
창간 30주년을 맞아 펴낸 통권 120호 표지
계간 ‘시와사람’ 통권 주요 표지
강경호 발행인
“누군가는 ‘벌써 30년이라니’라고 말합니다. 나는 30대 후반에 창간했고, 어느덧 70대를 목전에 두고 있죠. 그동안 함께했던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창간호부터 이번 30주년 기념호까지 서재에 꽂혀 있는 책들을 꺼내 만지작거리곤 합니다. 창간호를 만들기 위해 뜻을 모았던 동역자들의 젊은 패기와 온기가 스며 있는 듯한 질감을 손끝으로 느낍니다.”

이는 지난 5월 18일 광주민중항쟁 46주기 날에 창간 30주년을 맞은 광주 대표 시문학 전문지인 계간 ‘시와사람’의 강경호 발행인이 그간의 30년 회고사를 정리해 밝힌 내용 일부다. 척박한 지역 문학 풍토에서 변함없이 1년에 네차례씩 계간 문예지를 발행하는 일이야말로 열악한 여견 속 지속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회도 거르지 않고 30년 동안 120호를 펴낸 것이다. 올 여름호가 30주년 기념호다.

‘시와사람’은 시전문 문예지가 부재한 지역문학 풍토 속에서 광주민중항쟁 16주년을 맞은 1996년 5월 18일 창간됐다. 창간 목적은 5·18 광주정신을 잇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징검다리가 되자는 것이었다.

광주·전남의 유일한 시 전문지로 평가받아온 ‘시와사람’(발행인 강경호)이 5·18민중항쟁의 정신과 광주를 문학으로 계승·발전시킨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아 창간호를 펴낸 뒤 30년만에 기념호격인 통권 120호를 최근 펴냈다.

1996년 여름호로 출발한 ‘시와사람’은 결호 없이 지역문학과 함께 해왔다. 강 발행인은 30년을 맞아 요란스러운 기념식 대신 그동안 ‘시와사람’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내용을 담은 회고사를 작성했다. 강 발행인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포착해 동시대인에게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 동시에 문예지의 운명이자 가장 중요한 책무인, 다양하게 분출되는 서정의 세계를 독자에게 배달하는 일에 충실해갈 뜻을 내비쳤다.

통권 120호에는 창간 특집과 시인카페, 남도시인탐구, 해시태그, 이 시집을 주목한다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기존에 해왔던 흐름을 유지하며 앞으로 ‘시와사람’이 나아갈 다짐들을 투영했다.

먼저 창간 특집으로는 ‘상호텍스트적 관점에서 디카시 읽기’를 다뤘다. 이 특집은 요즘 또 다른 장르로 부각된 디카시에 대한 전문적 식견과 정보를 취할 수 있는 코너다.

2000년대 이후 디지털 문명의 발호 속에서 서정의 새로운 형식으로 자리 잡은 디카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내밀한 담론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분별하게 디카시를 쓰는 디카시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한편, 좋은 디카시가 어떤 것인지 사례를 들어가며 디카시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어 ‘시인카페’에서는 다양한 문학 장르를 섭렵하고 있는 강대선 시인의 디카시조를 통해 ‘사진과 시조’라는 형식의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으며, 시인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그의 시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남도시인탐구’에서는 이승하 교수(중앙대)가 고흥 출생으로 광주·전남의 대표 시인 중 한명으로 뽑히는 송수권의 장시집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역사적 배경과 더불어 내밀하게 분석하며 그의 작품세계를 살폈다. 송수권 시인은 올해 10주기(2016년 4월 별세)를 맞아 ‘남도시인탐구’가 더욱 더 주목되고 있다.

한국 시단을 빛내고 있는 젊은 시인의 시세계를 점검하고 신작시를 살펴보는 ‘신작초대석’에는 사윤수 시인을 초대했고, 시인들이 이어 가며 좋은 시인을 소개하는 란인 ‘해시태그’에는 송기영 시인이 시와 소설을 함께 쓰고 있는 여성민 시인의 삶과 시세계를 조망하고 있다.

‘들춤과 감춤의 시학’ 연재에서는 탁월한 평론가 김동원이 새로운 감각으로 미래파 시인 여정의 시에서 다중적이고 신화적인 메타포를 감지하고, 시적 상징과 메타포를 분석하고 있으며, 동일성의 시학을 전복한 여정의 시 형식에 나타난 해체가 기존 문법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예리하게 풀어보고 있다.

‘이 시집을 주목한다’에서는 서승현, 강대선, 강나루 평론가가 박관서의 ‘너를 보내는 동안’, 이숙현의 ‘푸레독 여자’, 김문홍의 ‘가족이라는 기후’, 염민숙의 ‘밤은 너무 많거나 너무 적어’, 조선의의 ‘이제 너를 놓쳐도 되겠습니까’, 정애경의 ‘꽃들의 작명소’를 다루며, 이 시집들을 왜 주목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외에 ‘시와사람 신인상’에서는 신옥비 시인을 선정했다. 신옥비 시인은 사물을 통해 감정을 우회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손, 귀, 입, 목, 숨과 같은 신체 감각을 정서 및 서사로 확장시키는 능력에서 가능성을 보여준다.

‘시와사람’은 30주년을 기점으로 지난 시간들 동안 변화한 우리 시의 모습을 추적하고 분석해나갈 계획이다.

강경호 발행인은 회고사를 통해 “‘시와사람’을 창간한 이래 줄곧 ‘시와 사람’과 함께한 지 30년이 됐다. 최루탄은 멎었고 시인의 책무인 서정은 우람하게 자란 나무처럼 무성한 그늘을 드리우게 됐다. 이제는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길거리에 나서야만 하는 일도 줄어들었고, 각자가 자신만의 서정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시인이 꿈꾸는 시대의 간극이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시와사람’의 생명성이 끝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시와사람’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안테나처럼 포착해 동시대인에게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40주년에 발행인인 내가 또다시 ‘회고사’를 쓸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전했다.



※사와사람 주요 연혁

△1996년 창간호 출간 △1998년 제1회 전국문학기행 및 세미나 △1998년 시와사람시회 창립행사 △2003∼2006년 문광부·한국문화진흥위원회 선정 우수문예지 △2006년 창간 10주년 기념식(옛 전남도청 대강당) △2016년 창간 20주년 기념식(KT빌딩) △1998·2011·2025년 전국계간문예지편집자대회 개최 △2010·2019·2020·2025년 문광부·한국잡지협회 우수콘텐츠잡지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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