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농촌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 농협

이용석 농협 전남본부 대외협력반장

광남일보@gwangnam.co.kr
2026년 06월 16일(화) 16:29
전남은 대한민국 농업의 중심지다. 전국 최대 규모의 친환경농업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쌀과 과수, 축산, 원예 등 다양한 농축산업이 지역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심각한 농촌 소멸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전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고령화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많은 농촌 마을에서는 젊은 세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섬을 보유한 지역답게 도서지역 곳곳에서 교통과 생활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주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협은 농업인과 농촌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농협의 가장 큰 강점은 전국은 물론 전남 구석구석까지 뻗어 있는 촘촘한 점포망이다. 도시에서는 다양한 금융기관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농촌과 도서지역의 사정은 다르다. 일부 면 지역과 섬 지역에서는 농협이 사실상 유일한 금융기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주민들은 농협을 통해 예금과 대출, 연금 수령, 공과금 납부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뿐만 아니라 각종 생활정보와 행정서비스도 접하고 있다.

특히 신안군과 완도군, 진도군 등 섬 지역에서는 농협의 존재 의미가 더욱 크다. 주민들이 금융 업무를 보기 위해 육지까지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덜어주고, 고령 농업인들이 가까운 곳에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수익성만 따진다면 유지가 쉽지 않은 점포들도 있지만 농협은 농업인과 지역 주민을 위해 그 역할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농협의 역할은 금융서비스에만 머물지 않는다. 농촌복지 향상을 위한 다양한 공익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전남농협 농업인 해피버스데이’와 ‘농업인 행복버스사업’은 의료기관 접근이 어려운 농촌 어르신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으며, 무료 건강검진과 법률·문화 서비스 지원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취약계층 집수리 사업, 경로당 지원, 김장 나눔, 농촌 일손돕기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남 농촌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농번기마다 일손 부족 현상이 반복되고 있고 마을 주민 대부분이 70대 이상인 지역도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확대되고 있지만 스마트기기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농업인들에게는 여전히 대면 금융서비스가 절실하다. 농협 창구 직원 한 명, 농협 점포 하나가 지역 주민들에게는 중요한 생활 인프라이자 사회적 안전망인 이유다.

이제 농촌 금융망을 단순한 영업조직이 아닌 국가적 공공인프라로 바라봐야 한다. 농촌 주민들도 도시 주민들과 동등한 금융 접근권을 누려야 하며 지역에 따라 금융서비스의 질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특히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농촌 금융 인프라 유지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농협이 수행하고 있는 농촌복지 사업의 사회적 가치도 새롭게 평가돼야 한다. 의료·복지·문화 서비스 제공, 취약계층 지원, 농촌 공동체 활성화 사업은 수익사업이 아닌 공익사업이다. 이러한 기능은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현재는 대부분 농협의 자체 재원과 노력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국가가 인정하듯 농협의 공익적 역할에 대해서도 보다 체계적인 지원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농촌이 사라지면 대한민국의 식량안보도, 국토 균형발전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농협이 농촌 현장을 지키는 이유는 단순히 금융사업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농업인과 지역사회의 삶을 지키고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다.

전남의 수많은 농촌 마을과 섬마을에서 오늘도 농협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농촌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농협이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농촌 금융·복지 인프라의 공공적 가치를 사회 전체가 인식하고 이를 뒷받침해야 할 때다. 그것이 곧 농촌을 살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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