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에 영원히 멈춘 시간…법정 최고형 내려야"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첫 재판]
살인·계획범행 등 대부분 인정…강간 목적은 유보
증거인멸 다수…외국인 여성 성폭행 등 연쇄 범죄
여성단체·유족 엄벌 촉구…7월 13일 증인신문 예정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2026년 06월 22일(월) 18:20
22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여성혐오 살해사건 가해자 장윤기 엄벌을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 이채원(16)양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장윤기(23)에 대한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장윤기는 22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자신이 저지른 범행 대부분을 인정하면서도 검찰이 적용한 ‘강간 등 살인’ 혐의의 핵심인 강간 목적 여부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재판부는 오는 7월13일 오전 10시 열리는 다음 공판을 포함해 3~4차례의 속행 재판을 진행하며 증거조사와 증인신문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법원 밖에서는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이 집회를 열어 장윤기에 대한 법정 최고형 선고를 촉구했다. 이양의 어머니도 참석해 눈물로 엄벌을 호소했다.



△ 공소사실 대부분 인정…7월 13일 후속 재판

광주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이정호) 심리로 열린 이날 첫 공판에서 장윤기는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장윤기는 지난 5월5일 오전 0시10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도로에서 귀가하던 이양을 흉기로 살해하고, 이를 목격하고 달려온 또래 남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범행 이틀 전인 5월3일에는 자신이 스토킹하던 직장 동료인 외국인 여성의 주거지에 침입해 감금·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던 지난해 6~7월 지역아동센터를 찾은 학생들의 신체 일부를 7차례에 걸쳐 몰래 촬영한 혐의도 적용됐다.

장윤기는 이날 살인과 살인미수, 스토킹, 감금, 성폭행 혐의는 물론 수사 과정에서 부인했던 계획범행 사실까지 모두 인정했다.

재판장이 변호인 의견에 동의하는지 묻자 장윤기는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다만 검찰이 적용한 ‘강간 등 살인’ 혐의 가운데 강간 목적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 후 다음 기일에 입장을 밝히겠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이에 따라 강간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가 향후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검찰은 장윤기가 외국인 여성 피해자를 찾아가기 위해 흉기와 장갑을 준비하고, 인근 ATM에서 현금 100만원을 인출하는 등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양을 발견한 뒤 약 1.2㎞를 뒤따라가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고, 인적이 드문 장소에 차량을 숨긴 뒤 접근해 강제로 끌고 가려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양이 저항하자 장윤기가 흉기로 목과 옆구리 등을 수차례 찔렀으며, 이를 목격한 남학생에게까지 흉기를 휘둘렀다고 설명했다.

범행 경위가 공개되는 동안 방청석 곳곳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특히 검찰은 장윤기가 범행 직후 세탁방에서 옷을 세탁하고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는 등 도주와 증거인멸을 염두에 둔 정황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시 장윤기는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끄고 유심칩을 제거해 첨단교 인근에 버린 뒤 집에 들러 공기계를 챙겨 나오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외국인 여성 피해자를 상대로 한 범행부터 이양 살해에 이르기까지의 CCTV 영상과 차량 블랙박스 영상, 휴대전화 전자정보 분석 자료, 부검감정서 등을 증거로 제출할 계획이다.

또 생존 피해자인 외국인 여성과 남학생, 이양의 유족, 부검의, 장윤기의 지인 2명 등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장윤기에 대한 피고인 신문도 진행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을 7월 13일 오전 10시부터 종일 진행하고, 이후에도 3회 이상 속행 공판을 열어 심리를 이어갈 방침이다.



△ 이채원양 유족·여성단체 엄벌 촉구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은 이날 오전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고 장윤기에 대한 법정 최고형 선고를 요구했다.

이들은 “장윤기는 그동안 자신의 삶에 대한 좌절감 때문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해 왔지만 검찰 수사 결과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미 다른 여성과 청소년을 상대로 스토킹과 성폭력, 불법촬영 범죄를 반복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단순 살인이나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 단계적으로 확대되다가 결국 살인으로 이어진 사건”이라며 “여성에 대한 차별과 지배 의식이 만들어낸 여성혐오 범죄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평범한 귀갓길이 죽음의 공포가 되는 현실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재판부가 여성의 생명과 안전을 얼마나 무겁게 바라보는지 이번 판결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집회에 참석한 이양의 어머니는 끝내 울먹이며 딸의 이름을 불렀다.

이양의 어머니는 “우리 아이는 아무 잘못도 없이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목숨을 잃었다”며 “법이 허용하는 가장 강력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유가족 법률대리인 김문석 변호사는 “장윤기의 범행은 대법원 특별가중 양형인자에 해당한다”며 “구속 상태에서 제출한 진술서에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겠다’ 등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유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의 시간은 16세에서 영원히 멈췄다”며 “유족들은 평범한 내일을 모두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며 엄벌을 거듭 촉구했다.

한편 장윤기에 대한 엄벌 탄원 온·오프라인 서명에는 전날 기준 1만6866명이 참여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숨진 이양의 49재인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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