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남아공전이 남긴 숙제

송하종 문화체육부 기자

송하종 기자 hajong2@gwangnam.co.kr
2026년 06월 25일(목) 17:29
송하종 문화체육부 기자
이게 정말 우리가 알던 대표팀인가.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이 끝난 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32강 진출을 눈앞에 두고도 한국 축구는 경기 내내 무기력했다. 홍명보 감독의 전술에서는 의미를 찾아볼 수 없었다. 선수들 역시 간절함과 자신감이 보이지 않았다. 상대의 압박에 흔들렸고, 공격은 날카롭지 못했다. 결국 남아공에 0-1로 무너지며 자력으로 32강에 오를 기회마저 놓쳤다.

물론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조 3위에게도 토너먼트 진출 기회가 주어진다. 멕시코가 체코를 꺾어준 덕분에 한국은 조 3위를 유지했고, 다른 조 결과에 따라 32강에 오를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이번 남아공전 경기력이라면 32강 진출 가능성 자체가 위안이 될 수는 있어도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남아공보다 30계단 이상 앞선 팀이다.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32강을 확정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상대에게 경기 주도권을 내줬다. 전반부터 잦은 패스 실수와 무기력한 움직임이 이어졌고, 후반에는 역습 한 번에 결승골을 허용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만약 32강에 오른다면 상대는 조별리그보다 훨씬 강한 팀들이다. 오는 30일 E조 1위가 확정된 독일 또는 7월 2일 G조(벨기에, 이집트, 이란, 뉴질랜드) 1위와 맞붙어야 한다. 지금처럼 상대보다 한 박자 느린 경기력과 집중력으로는 기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축구에는 늘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이번에도 한국은 다른 나라의 결과를 기다리며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경쟁력은 경우의 수가 아니라 스스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힘에서 나온다.

아직 월드컵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이 대표팀이 가장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봐야 할 순간이다. 32강 진출이 목표가 아니라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면, 남아공전은 반드시 되새겨야 할 ‘경고’가 돼야 한다. 이번 패배를 각성의 계기로 만들지 못한다면, 설령 32강 무대를 밟더라도 축제는 오래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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