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학생 스포츠에 필요한 것은 승리 아닌 품격

임영진 사회부 차장

임영진 gn@gwangnam.co.kr
2026년 06월 30일(화) 18:50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는 한국 야구의 미래를 이끌 유망주들이 기량을 겨루는 무대다. 승패를 가리는 대회인 동시에 학생 선수들이 스포츠맨십과 공동체 의식을 배우는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지난 29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배재고의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응원은 경기의 일부다.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응원이 상대를 조롱하거나 상처를 건드리는 순간, 그것은 스포츠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가 된다.

더욱이 이번 구호는 경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광주·전남 지역에 큰 상처와 사회적 논란을 남긴 ‘스타벅스’ 이슈를 응원 소재로 끌어와 상대 학교와 지역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응원이 경기 도중 덕아웃에서 공개적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심판이 뒤늦게 경고하고 상대팀이 강하게 항의한 뒤에야 선수들이 사과했다. 경기 후 감독과 코치진 역시 “선수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일부 학생 선수들의 일탈로만 볼 수는 없다. 경기장에서 가장 먼저 제지했어야 할 사람은 지도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철없는 학생들의 장난’으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 지역사회가 겪은 아픔과 사회적 논란을 희화화하는 문화가 학생 스포츠 현장까지 스며들었다면 우리 체육교육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승리를 향한 경쟁이 상대를 존중하는 기본 가치보다 앞서서는 안 된다.

선수는 실력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인성과 태도, 품격 역시 선수의 중요한 경쟁력이다. 뛰어난 기량보다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갖춘 선수가 결국 더 오래 사랑받고 기억된다. 스포츠가 교육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광주야구소프트볼협회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엄정한 대응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논란이 일회성 징계로 끝나서는 안 된다. 협회와 학교는 재발 방지 대책은 물론 학생 선수들을 위한 인성교육과 스포츠 윤리교육을 더욱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영화 ‘킹스맨’의 명대사인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스포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진정한 승자는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 선수이며, 건강한 스포츠는 실력과 함께 품격을 갖춘 선수들을 통해 완성된다. 이번 논란이 학생 스포츠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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