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민주주의의 꽃이 진 6월 3일 박민국 광주청년센터 교류협력팀장
박민국 gn@gwangnam.co.kr |
| 2026년 07월 01일(수) 18: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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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국 광주청년센터 교류협력팀장 |
절차의 정당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청년들은 충격을 받았다. 학교에서 임원과 대표자(학생회장)를 선거와 투표를 통해 선출하며 민주주의에서 선거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체득했고, 투표일은 공민권 보장을 위해 공휴일로 지정되어 얼마나 중요한 절차인지 인식하고 있다. 언론은 후보 검증 토론회와 여론조사를 앞다퉈 보도하며 관심을 끌어올리고 각 기관은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하며 투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그런데 정작 그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은 사람이 투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장시간 대기와 혼란이 발생했고, 일부 유권자들은 정상적인 투표 참여에 어려움을 겪었다. 반칙과 특권, 편법과 꼼수가 없는 사회를 기대했던 청년들에게 이번 사태는 정의와 상식, 공정과 합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경험이 됐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행정 착오 사건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권력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만들어 준 국민을 기만한 사건이다. 심지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KBS가 협업해 제작한 홍보영상에 광주 지역 비하를 연상시키는 그래픽이 삽입돼 논란이 된 점 역시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외주업체의 제작 과정이나 AI 활용 여부를 떠나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공개되는 콘텐츠라면 충분한 검수와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의도는 없었다’, ‘검수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했다’라는 해명만으로는 지역민들이 느낀 불쾌감을 씻기엔 부족하다.
부실한 선거관리와 운영으로 인해 참정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것도 문제이지만, 청년들의 권리는 또다시 침해받았다. 부실선거를 공론화하고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마저 왜곡되고 있기 때문이다. 절차의 공정성 문제를 공론화하는 시위 현장에서는 청년들의 목소리와는 무관한 다른 세력들이 개입해 메시지를 더럽히고 있다. 태극기만 흔들어 달라는 외침 앞으로 성조기를 흔들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극우세력이 현장을 점유하고 있다. 현장을 중계하겠다고 라이브 방송을 켠 일부 유튜버들은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대회에 참가한 중학생 핸드볼 선수들의 짐을 수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하는 상황은 상식의 범주를 벗어난다. 여기에 중국의 개입설과 같은 근거 없는 주장들이 반복되면서 정작 청년들이 제기한 참정권 침해 문제와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
청년들은 투표할 권리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과정마저 오염 돼버렸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투표 결과다. 지역에서 청년 당사자성을 가지고 대변해 줄 사람이 턱없이 부족한 결과가 나왔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27개 시·구·군의 의원으로 당선된 총 411명 중 청년(39세 이하) 의원은 단 23명이다.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따르면 청년(19~39세) 인구 비율은 광주 27.1%, 전남 21.1%인데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의 청년 의원은 단 5.5%에 불과하다. 물론 의회가 반드시 인구 비율대로 구성돼야 하는 것은 아니며, 청년만이 청년 문제를 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청년의 입장에서 청년의 경험과 목소리를 전달하기에는 분명 부족한 구성이다.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청년에게 허용된 자리가 고작 5.5%에 불과한 사회에서 청년들은 어떤 기회를 기대할 수 있을까.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설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모든 문제는 하나로 연결된다. 청년들은 참정권을 침해받았고, 권리를 요구하는 과정은 왜곡됐으며,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할 대표는 부족하다. 여기에 공공기관마저 시민과 지역사회를 충분히 존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실수나 행정 착오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정치 진영의 논리를 떠나 문제를 제기하고 공론화하며 권리를 외치는 청년이 귀하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그에 걸맞은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라는 이유로 이번 사안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청년들이 요구하는 것은 완벽함이 아니다. 잘못이 있었다면 인정하고, 책임질 부분에 책임 있는 조치를 하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개선하기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견제받지 않은 권력은 썩는다. 사용하지 않은 권리도 마찬가지다. 이번 사건은 이 두 가지 명제를 동시에 확인하게 만든 사건이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시민 한 사람의 권리와 존엄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과정과 결과가 청년의 권리를 다시 이야기하는 계기가 되고 다시 민주주의의 꽃이 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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