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교실까지 번진 5·18 혐오 문화

엄재용 사회부 기자

엄재용 기자 djawodyd0316@gwangnam.co.kr
2026년 07월 14일(화) 18:28
엄재용 사회부 기자
한때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소비되던 5·18민주화운동 혐오 문화가 이제는 학교 교실까지 스며들고 있다.

최근 배재고 야구부의 5·18 조롱 응원 구호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일부 학생들의 일탈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진단한다. 온라인에서 혐오를 재미와 밈(meme)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오랜 기간 반복되면서 청소년들에게도 자연스럽게 학습된 결과라는 것이다.

최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긴급토론회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토론자들은 하나같이 “문제는 학생이 아니라 사회”라고 지적했다. 혐오 표현을 방치한 온라인 환경과 역사 왜곡을 가볍게 소비하는 문화가 결국 학교 안까지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교육 현장의 우려도 적지 않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초·중·고 교사 11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혐오·역사 왜곡 표현 인식 설문조사’에서는 학생들로부터 혐오·차별·역사 왜곡 표현을 접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90%에 달했다.

문제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과문을 받고 봉사활동을 하는 수준의 사후 대응만으로는 같은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혐오 표현은 이미 청소년들 사이에서 놀이처럼 소비되는 문화의 일부가 됐지만, 교육과 제도적 대응은 여전히 일회성에 머물러 있다.

5·18은 특정 지역만의 역사가 아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낸 공동의 역사이자 헌법적 가치 위에 세워진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이를 조롱하는 행위를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한다면 민주주의를 조롱하는 문화 역시 더욱 깊이 뿌리내릴 수밖에 없다.

이제는 처벌과 교육을 대립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함께 추진해야 한다. 허위 사실 유포와 악의적인 역사 왜곡에는 분명한 사회적 기준과 책임을 세우고, 학교에서는 민주시민교육과 디지털 시민교육을 일상화해 학생들이 왜 그것이 혐오이며 역사 왜곡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혐오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지 않는다. 사회가 외면한 시간이 쌓여 문화가 되고, 문화는 다시 일상이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학생들의 한 번의 실수를 꾸짖는 데 그치는 일이 아니다. 혐오가 놀이가 되고 역사를 조롱하는 것이 웃음거리가 되는 사회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는 일이다. 그것이 5·18의 역사를 지키는 일이자 우리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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