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젖으면 제값 못 받아…장마철 생계 막막"

폐지 수집 어르신들, 日 130㎏ 모아도 6500원 불과
파지값 2년째 ㎏당 50원…폭염·장마 속 생계 전쟁

글·사진=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2026년 07월 14일(화) 18:29
14일 오전 6시30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신안동 고물상에는 비가 내리기 전 폐지를 팔기 위한 어르신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14일 오전 6시30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신안동 고물상에는 비가 내리기 전 폐지를 팔기 위한 어르신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비가 오는 날에는 폐지도 거의 나오지 않고, 어렵게 모아도 빗물에 젖으면 제값을 받지 못합니다. 며칠씩 비가 이어지면 하루 벌이가 끊겨 당장 먹고사는 걱정부터 앞섭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초복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6시30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신안동의 한 고물상. 좁은 골목에는 종이박스와 고철이 가득 담긴 손수레를 끌고 온 폐지 수집 어르신 5명이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비교적 선선했지만 무거운 손수레를 끌고 골목을 누빈 탓에 어르신들의 얼굴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고물상 문이 열리자 차례로 폐지와 고철의 무게를 잰 뒤 빈 리어카에 다시 고철과 프라이팬, 플라스틱 등을 싣고 또 다른 수거에 나섰다.

한때 서구 양동시장에서 음식점을 운영했던 문옥희 어르신(76·여)이 폐지 수집을 시작한 것은 15년 전이다.

문 어르신은 “식당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렸지만 건강이 나빠져 가게를 접게 됐다”며 “집에만 있으면 몸이 더 약해질 것 같았고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매일 오전 3시에 일어나 동네를 돌며 폐지를 모은다”고 말했다.

이어 “여름 장마철에는 이동하기 힘들고 폐지도 잘 나오지 않아 생계 걱정이 더 커진다”고 토로했다.

이날 문 어르신이 고물상에 가져온 폐지는 130㎏. 하지만 손에 쥔 돈은 6500원에 불과했다.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폐지가 젖기 전에 조금이라도 제값을 받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다고 했다.

용봉동에 사는 박미자 어르신(70)도 폭염과 장마를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았다. 기초연금과 건물 청소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박씨에게 폐지 판매 수입은 식비와 생활비를 보태는 소중한 돈이다.

박씨는 “건물 청소가 없는 날이면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용봉동과 신안동 일대를 돈다”며 “평소 다니는 마트와 식당에서 종이박스를 챙겨주지만 비가 오는 날은 폐지가 거의 나오지 않아 허탕을 치기 일쑤”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사람이 먼저 가져가기 전에 서둘러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폭염 속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시원한 물이나 면장갑 같은 지원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날 박씨가 모은 폐지는 40㎏으로, 받은 돈은 2000원이었다.



14일 오전 6시30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신안동 고물상에는 비가 내리기 전 폐지를 팔기 위한 어르신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고물상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영희 고물상 대표는 “비 오는 날에는 폐지가 젖어 상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어르신들께 맑은 날 가져오시라고 말씀드리는 경우가 많다”며 “생계가 걸린 일이라는 걸 알기에 돌려보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2년째 ㎏당 50원에 머물러 있는 파지값도 고민이다. 재판매 가격이 오르지 않아 폐지를 더 비싸게 매입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에는 하루에도 10~15명의 어르신이 찾아오지만 가격을 더 쳐드리지 못해 안타깝다”며 “온열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물과 음료를 챙겨드리며 건강을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지방기상청은 중국 산둥반도에서 다가오는 저기압 등의 영향으로 이날부터 오는 19일까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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