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기계보다 검증된 중고"…늘어나는 ‘실속 투자’

전남광주 제조업계, 중고 산업기계 구매 사례 늘어
설비 교체 비용 절감·생산라인 즉각 투입 등 장점도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2026년 07월 14일(화) 23:04
“고장 난 설비는 바꿔야 하지만 새 기계를 들여놓기엔 부담이 큽니다. 요즘은 상태가 좋은 중고 설비부터 찾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됐습니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전남광주 제조업계의 투자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생산은 유지해야 하지만 자금 부담은 커지면서 수억원이 드는 신품 설비 대신 성능이 검증된 중고 산업기계를 활용해 투자비를 줄이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호남지방통계청의 ‘2026년 5월 광주·전남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광주지역의 광공업 생산지수는 131.9(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2% 감소했다.

자동차 생산은 16.6%, 의료정밀광학은 95.5% 증가했지만 기계장비는 22.9%, 전기장비는 15.1% 감소하며 전체 생산 감소를 이끌었다.

전남의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다.

전남의 광공업 생산지수는 95.5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보다 11.4% 감소했다.

석유정제는 11.3%, 화학제품은 18.7%, 전기·가스·증기업은 15.7% 감소했고, 광공업 출하는 13.7% 줄어든 반면 재고는 7.6% 증가했다.

전국적으로도 지난 5월 기준 전국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3.0% 감소했고, 설비투자 역시 기계류 투자 감소의 영향으로 0.1% 줄었다.

특히 반도체와 의약품 생산 감소가 전체 제조업 부진을 이끌면서 제조업의 투자 심리도 다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 속 전남광주지역 산단 내 기업들의 신규 투자 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중소 제조기업들은 생산라인을 유지하기 위한 설비 교체는 계속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신품 장비를 우선 구매하기보다는 중고 장비를 적극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CNC 공작기계와 머시닝센터, 프레스, 사출기, 용접기, 산업용 로봇, 지게차 등이 대표적이다.

신품 장비는 기종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필요하고, 제작과 설치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중고 장비는 상태에 따라 신품 가격의 40~60% 수준에서 구입할 수 있고 즉시 생산라인에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경기 회복 전까지 이러한 투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생산성 향상이 가능한 핵심 설비는 유지하되 비용 부담이 큰 범용 장비는 중고 제품으로 대체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산업기계 중고시장도 점차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제조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투자를 멈춘 것이 아니라 투자 방식을 바꾸고 있는 것”이라며 “경영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는 신품과 중고 설비를 병행하는 ‘실속형 투자’가 제조업 현장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가 높고 경기가 불확실하다 보니 투자 자체를 포기하기보다는 투자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며 “생산성이 충분하다면 중고 설비도 경쟁력이 있는 선택이다”고 말했다.

산업기계 유통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공장을 정리하면서 장비를 처분하려는 문의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상태 좋은 중고 설비를 찾는 기업 상담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가격 부담이 적은 데다 납기도 빨라 생산 차질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기업들의 선택을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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