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농가 사투…폭염·생산비·수입개방 ‘삼중고’

새벽부터 벌통 관리…생산량 감소에 원가 부담까지
"베트남산 꿀 무관세 현실화 땐 더는 버티기 어려워"

글·사진=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2026년 07월 28일(화) 18:25
방창석씨가 봉군 세력과 여왕벌 건강 상태, 산란·유충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방창석씨가 벌통을 열며 봉군 세력과 여왕벌 건강 상태, 산란·유충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선교동에서 양봉농가를 운영하는 방창석씨가 온도를 낮추기 위해 벌통 주변에 물을 뿌리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선교동에서 양봉농가를 운영하는 방창석씨가 급수대에 시원한 물을 채우고 있다.


“무더위에 사람도 벌도 지쳐 걱정입니다. 올해는 꿀 생산량까지 줄어 더 힘드네요.”

지역 양봉농가들이 기록적인 무더위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7일간 무더위, 폭염이 이어지면서 벌들의 생육 환경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부터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선교동에서 양봉농가를 운영하는 방창석씨(65)의 하루는 벌통을 점검하는 일로 시작된다.

28일 새벽에도 250개의 벌통을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장갑과 장화 등 보호장구를 갖춰 입은 방씨는 봉군 세력과 여왕벌 건강 상태, 산란과 유충 상태를 확인한 뒤 꿀벌 먹이인 화분떡을 공급했다.

이른 시간부터 이어진 작업에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벌들도 무더위 탓에 평소보다 움직임이 둔해진 모습이었다.

매일 새벽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이상기후 앞에서는 역부족이다.

2022년 전국적인 꿀벌 집단 폐사 이후 벌을 새로 구입하는 비용이 크게 늘었고, 꿀 생산량도 감소했다. 지난해 1250㎏을 생산했던 벌꿀은 올해 1000㎏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비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천연벌꿀 가격은 4년째 2.4㎏ 기준 6만원 수준에 머물러 있는 반면, 화분떡 가격은 개당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랐다. 벌통과 꿀병, 종이박스 등 각종 자재 가격도 지난해보다 20~30% 상승했다.

방씨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광주농업기술센터 교육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 수업을 들으며 다른 양봉농가와 기술도 공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동구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벌꿀 500개를 납품했는데 올해는 생산량이 줄어 연말 주문까지 모두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폭염 속에서 가장 큰 과제는 벌통의 온도를 낮추는 일이다.

방씨는 벌들이 마실 수 있도록 급수대에 깨끗한 물을 채우고 벌통 주변에 수시로 물을 뿌리며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여기에 등검은말벌과 꿀벌응애도 양봉농가의 골칫거리다.

등검은말벌은 꿀벌을 잡아먹거나 둥지로 끌고 가 먹이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외래 해충이며, 꿀벌응애는 애벌레와 일벌의 체액을 빨아먹고 바이러스를 옮겨 벌을 폐사시킨다.

방씨는 앞으로의 시장 환경도 우려했다.

한국-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2029년부터 베트남산 천연꿀이 무관세로 수입될 예정이어서 국내 양봉농가의 가격 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상기후가 심해지면서 2022년 이후 전국 양봉농가가 계속 줄고 있다”며 “원자재와 인건비는 오르는데 수입꿀까지 무관세로 들어오면 국내 양봉농가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벌은 생태계와 농업을 유지하는 중요한 생물”이라며 “햇빛 가림시설 설치와 밀원수 조성 등 정부 차원의 현대화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는 2025년 10월 기준 3023개 양봉농가가 있다. 사육 규모는 10~49군이 981곳으로 가장 많고, 100~199군이 619곳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국내 천연벌꿀 수입량은 1548.5t으로 이 가운데 베트남산이 976.3t으로 가장 많았으며 미국(172.9t), 캐나다(155.3t), 뉴질랜드(118.3t) 순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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