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여파에도 버틴 호남경제…소비·건설이 버팀목

석유화학 생산 급감에도 경기 보합세 유지
자동차·조선 견조…하반기 제조업 회복 변수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2026년 07월 29일(수) 14:47
2026년 상반기 전국 권역별 경기 동향
올해 상반기 호남권 경제가 제조업 부진에도 소비와 건설업이 버팀목 역할을 하며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과 민간소비는 정부 소비진작 정책과 주식시장 호조 등에 힘입어 소폭 회복됐지만, 지역 주력산업인 석유화학이 중동전쟁과 글로벌 공급과잉 등의 영향으로 크게 위축되면서 제조업 전반의 성장세를 끌어내렸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가 29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호남권 경제동향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호남권 경기는 지난해 하반기 대비 보합 수준을 기록했다. 서비스업과 건설업은 소폭 증가했지만 제조업은 감소했고, 민간소비는 개선세를 보인 반면 설비투자는 보합 수준에 머물렀다.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은 업종은 석유화학과 석유정제 산업이었다. 지난 2월 말 중동전쟁 이후 원유와 나프타 수급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여수국가산단 주요 기업들이 정기보수와 감산에 들어갔고, 전남지역 석유화학 생산지수는 4월 21.5%, 5월 18.7% 각각 감소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일시적인 ‘래깅 효과’가 나타나 일부 기업의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생산 감소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반면 자동차 산업은 호남 제조업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전기차 보조금 확대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호조에 힘입어 생산이 증가했고, 기아 오토랜드 광주는 스포티지 판매 증가와 첫 전용 전기차 EV5 양산 효과로 누적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

조선업도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수주가 이어지면서 안정적인 생산을 유지했고, 반도체는 모바일과 차량용 반도체 수요 증가 및 가격 회복에 힘입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내수는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서비스업 생산과 민간소비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소비진작 정책, 지역사랑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 할인 확대, 주식시장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 등이 맞물리면서 소폭 증가했다. 신세계 광주점과 롯데백화점 전주점 등 주요 백화점은 명품과 고가 소비 증가에 힘입어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도 거래가 활기를 되찾았다. 주택 매매와 전월세 거래량이 지난해 하반기보다 11.3% 증가하면서 부동산업이 개선됐고, 주택매매가격도 전북 전주 등 신규 공급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 전환했다. 반면 숙박·음식점업은 지역 축제 개최에도 불구하고 원재료 가격 상승과 회식 문화 변화 등의 영향으로 회복세가 제한됐다.

건설업은 공공과 민간의 희비가 엇갈렸다. 민간부문은 공사비 상승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지역 중견 건설사의 잇단 법정관리와 부도 등의 영향으로 부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새만금신항 등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본격화되고 지방자치단체의 SOC 예산 집행이 확대되면서 전체 건설업 생산은 소폭 증가했다.

고용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상반기 호남권 취업자는 월평균 1만3000명 증가해 지난해 하반기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으며,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과 건설업이 고용 증가를 이끌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2.6%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오름폭이 확대됐으며, 중동사태 여파로 석유류 가격이 13.1% 급등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다만 인구 감소세는 이어졌다. 호남권 인구는 487만8000명으로 지난해보다 3만5000명 줄었지만, 올해 1~4월 출생아 수는 전년 동기보다 1200명 증가한 8600명을 기록했고, 순유출 규모도 다소 축소됐다.

한국은행은 하반기 호남권 경제가 제조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지역 정세가 안정될 경우 석유화학과 석유정제 가동률이 회복되고, 포스코 광양제철소 신규 전기로 가동 등이 제조업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미국의 관세정책과 글로벌 경기 둔화, 중국의 공급과잉 등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지역경제의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관계자는 “상반기 호남권 경제는 소비와 건설업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제조업은 석유화학 부진 등의 영향으로 업종별 차별화가 나타났다”며 “하반기에도 대외 여건 변화와 주력산업 회복 여부를 면밀히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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