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평] 경계를 지키는 사람, 선을 넘는 사람

박병훈 톡톡브레인심리발달연구소 대표

박병훈 gn@gwangnam.co.kr
2026년 07월 29일(수) 18:04
박병훈 톡톡브레인심리발달연구소 대표
지구와 태양의 거리는 약 1억5000만㎞이다. 빛의 속도로 달려도 8분20초 쯤 걸리는 먼 거리다. 이 거리가 유지되므로 지구의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가 조금만 더 가까웠다면 지구의 생명체들은 모조리 불타버렸을 것이다. 이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계속에 발을 담그거나 피서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반대로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지금보다 더 멀었다면, 지구는 꽁꽁 얼어붙어 영화 투모로우에 묘사된 자연환경 못지 않은 풍경이 됐을 것이다.

사람이나 가족 사이에서도 거리와 경계를 지키는 일이 필요하다. 최근에 대학생인 한 청년이 찾아와 상담을 요청했다. 그 청년에게 상담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고 싶은지 물었다. 그 청년은 마음 편하게 숨을 한 번만 쉬고 싶다고 했다. 숨을 편하게 한 번 쉬는 것이 무엇이 그리 어렵겠는가 생각하기 쉽겠지만 그의 표정과 말에서 그에게는 천근만근이나 되는 짐을 진 채 일어서는 것보다 힘든 일임에 분명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의 어머니가 간식을 준다는 핑계로 그의 방에 들어와 공부하는 모습 외에 다른 행동을 보일 때마다 크게 한 숨을 쉬고 나갔다는 것이다. 그의 어머니가 아들의 심리적 경계와 물리적 경계를 침범한 것이다. 그 어머니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다. 신뢰감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친밀감과 맹목, 관심과 집착, 보호와 통제를 구분하지 못하고 이를 혼동한다.

가정 내에서도 가족구성원들 사이에 아무런 거리감없이 지나치게 선을 넘으면 이를 ‘밀착가족’이라 한다. 밀착가족은 가족이 서로의 생활에 너무 염려하고 지나치게 개입하면서 가족 구성원 사이의 상호작용이 극단적으로 가깝고 강렬한 형태를 띤다. 이에 반해 격리된 가족은 서로 독립적이며 자주적으로 기능하나 가족 구성원 사이에 충성심이나 응집력이 없다.

이처럼 가족이나 사람 사이에 거리와 경계가 없다면 크나큰 갈등이나 역기능이 생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임과 동시에 철저히 독립적인 존재이다. 따라서 사람 사이에는 신체적·심리적·정서적·영적 안전거리가 유지돼야 한다. 상대방 마음 속에 돌을 던져 상처를 주고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는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자신의 주관적 기대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신경증적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신경증 환자들은 타인의 인정이나 애정에 과도하게 의존해 자신이 원하는 관심이 자신에게 쏠리지 않으면 극단적으로 민감해진다. 그런 갈망을 자기도 모르게 드러내면서 자신의 소망을 들어달라고 아우성을 친다. 그러나 이들에게서 타인을 배려하려는 태도를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무조건적인 반대, 타인에 대한 공격과 폄훼, 권리침해, 지배적이며 지나치게 엄격하고 두목행세를 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을 속이거나 결점을 찾아내 이에 대한 공격을 서슴치 않는다.

신경증 환자들은 불안에서 탈출하는 방법이 독특하다. 책임회피에 가장 좋은 합리화를 한다. 자신의 감정에 무력하게 희생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실 자체를 모른 채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믿는다. 불안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면서 그 불안을 마비시키기 위해 알콜 섭취, 고립돼 홀로 있는 것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사회적 활동에 몰입하거나 비생산적인 일중독에 빠져든다.

이들이 내뱉은 저주와 혐오, 조롱의 언어는 불안의 원인이자 결과다. 적개심 또한 불안의 원인이 된다. 적개심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층에 등록돼 투사의 형태로 표출된다. 투사는 행동의 모든 원인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는 자기방어기제다. 투사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타인을 괴롭히거나 속이면서 그 대상인 타인도 자신에게 똑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게 된다. 이들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내면에 가지고 있어 그 두려움이 자신의 내면에서 큰 파도를 일으킨다.

선을 넘지 않고 경계를 지키려면 도덕적 원칙에 따른 말과 행동을 일치시켜야 한다. 자신을 어둠 속에서 구원할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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