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치료와 유행의 경계

엄재용 사회부 기자

엄재용 기자 djawodyd0316@gwangnam.co.kr
2026년 07월 29일(수) 18:38
엄재용 사회부 기자
최근 눈에 띄게 살이 빠진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말이 있다. “위고비 맞았어?”, “마운자로야?”라는 질문이다. 이제 비만치료제를 이용한 체중 감량은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 소재가 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비만치료제는 당뇨병이나 고도비만 환자의 치료를 위한 전문의약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빠르게 살을 빼주는 약’이라는 이미지가 더 익숙하다. 병원을 찾는 이유도 건강 관리보다는 외모 개선에 가까워지는 분위기다.

약값이 수십만 원에 이르더라도 큰 고민으로 여기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만큼 날씬한 몸에 대한 사회적 압박과 기대가 강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약의 본래 목적을 흐리고 있다는 점이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의료진이 환자의 체질량지수(BMI), 기저질환, 생활 습관,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처방해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다이어트 보조제가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SNS에서는 ‘연예인 몸매’, ‘뼈말라’, ‘한 달 ○kg 감량’ 같은 자극적인 콘텐츠가 끊임없이 확산된다. 정상 체중인데도 처방을 원하는 사람이 늘고, 해외 직구나 개인 간 거래를 시도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빠른 체중 감량 효과만 부각될 뿐, 오심과 구토, 탈수, 담낭질환, 췌장염 등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물론 GLP-1 계열 치료제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실제로 비만으로 인해 당뇨병, 고혈압, 지방간 등 다양한 합병증 위험에 놓인 환자들에게는 체중 감량과 건강 개선에 도움이 되는 효과적인 치료 수단이 될 수 있다. 삶의 질을 높이고 질병 위험을 줄이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치료가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히 사용되는 것과, 유행을 좇는 소비재처럼 소비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전문의약품이 ‘살 빠지는 신상 아이템’처럼 회자되는 순간, 의학적 판단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쉽다.

건강은 가격을 비교해 구매하는 상품이 아니다. 특히 전문의약품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체중계 숫자보다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자신의 건강 상태이며, 빠른 처방보다 중요한 것은 충분한 진료와 상담이다.

비만치료제가 ‘다이어트 유행’의 상징처럼 소비되는 지금,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것은 약을 더 쉽게 구하는 방법이 아니다. 약을 왜 사용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안전하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먼저 묻는 일이다. 치료와 유행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그 질문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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