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함께 뛰는 아이들…‘새 선도 모델’ 뜬다

[광주 남부경찰 ‘SPOTLIGHT’ 가보니]
학교전담경찰관·학생·학부모·교사, 5km구간 러닝
단속 아닌 동행으로 만드는 전국 첫 ‘러닝 예방치안’

글·사진=엄재용 기자 djawodyd0316@gwangnam.co.kr
2026년 08월 06일(목) 18:08
5일 광주 남부경찰서 지하 카페에서 학교전담경찰(SPO)가 러닝 프로그램에 3회 이상 참여한 학생과 학부모에게 러닝 유니폼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제공=광주 남부경찰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 경찰 등이 달리기를 하기 전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다.
광주 남부경찰서가 진행한 청소년 러닝 순찰 프로그램 ‘SPOTLIGHT’ 참가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과 학부모, 교사, 경찰관 등이 코스를 따라 달려가고 있다.
“자,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지난 5일 오후 7시, 광주 남부경찰서 앞마당에 힘찬 구호가 울려 퍼졌다. 경찰관과 학생, 학부모, 교사 등 30여명은 폭염이 채 가시지 않은 저녁 시간, 함께 스트레칭을 마친 뒤 발걸음을 맞췄다. 목적지는 범죄 취약지역. 하지만 이날 현장은 ‘순찰’보다 ‘러닝크루’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광주 남부경찰서가 여름방학을 맞아 운영 중인 ‘SPOTLIGHT’는 학교전담경찰관(SPO)과 청소년이 함께 달리며 통학로와 범죄 취약지역을 살피고, 운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전국 최초의 ‘러닝 예방치안’ 프로그램이다. 범죄가 발생한 뒤 개입하는 사후 대응이 아니라, 범죄 이전에 관계를 형성해 청소년을 선도하는 새로운 예방치안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경찰서를 출발해 방림터널과 설월여고, 용산지구를 거쳐 다시 경찰서로 돌아오는 약 5㎞ 구간을 달렸다. 학생들이 평소 등하교 시간에 이용하지만 밤에는 인적이 드물고 조명이 부족해 불안감을 느끼는 장소들이 코스에 포함됐다.

경찰은 연일 이어지는 폭염을 고려해 무리하지 않는 속도로 달렸다. 구간마다 충분한 휴식시간도 마련했다. 참가자들에게 생수와 음료를 제공했고 응급상황에 대비한 지원차량도 함께 운영했다.

달리는 동안 학생들은 경찰관과 학교생활, 진로 고민, 친구 관계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학생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먼저 말을 건네고 웃음을 보였다. 경찰 역시 훈계하거나 교육하기보다 또래 러닝크루처럼 함께 뛰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데 집중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동현 광주 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청소년보호계 경위는 “비행 청소년들을 만나 보면 대부분 누군가의 관심과 공감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경찰과 함께 뛰고 대화하는 시간만으로도 아이들이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친구들과 놀다가도 ‘오늘은 경찰관과 약속이 있다’며 먼저 참여할 정도로 자발성이 높다”며 “달리기를 통해 체력 증진은 물론 정서적인 어려움과 학교생활 고민까지 자연스럽게 듣게 되면서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부경찰은 지난 6월 시범 운영을 시작한 이후 참가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자 여름방학부터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26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하며, 학교 추천 학생뿐 아니라 자발적으로 신청한 청소년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남구는 물론 다른 자치구 학생들의 문의도 이어질 만큼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범 운영부터 빠짐없이 참여한 학부모 허민경(46)씨는 “경찰을 멀게만 느끼던 아이가 이제는 먼저 이야기를 건넬 정도로 달라졌다”며 “학생들은 순간적인 감정 때문에 위험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찰관들이 실제 사례와 법률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조언해 주니 부모 입장에서도 든든하다”고 말했다.

아들 박지민(15)군도 “처음에는 단순히 운동하는 프로그램인 줄 알았는데 경찰관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며 “스스로 절제하는 습관도 생기고 성취감도 느껴져 앞으로는 마라톤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남부경찰은 앞으로 프로그램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 대학 운동장과 지역 러닝 명소 등 다양한 코스를 개발하고, 참가 학생들에게 러닝 유니폼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러닝 거리도 점차 늘려 성취감과 자신감을 키우고, 운동 후 간식을 함께 먹으며 자유롭게 대화하는 시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동현 경위는 “청소년을 범죄 이후에 만나는 것이 아니라 범죄 이전에 친구처럼 만나는 것이 진정한 예방치안”이라며 “SPOTLIGHT가 청소년 선도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아 전국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엄재용 기자 djawodyd0316@gwangnam.co.kr         글·엄재용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www.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86007292544127023
프린트 시간 : 2026년 08월 06일 19:5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