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군공항 부지 확보 ‘속도’…반도체 산단 ‘투트랙’ 시동

공군 기능 타기지에 ‘임시 배치’…탄약고 등 63만평 우선 개발
특별법 개정 통해 ‘선 양여’ 특례 추진…2030년 6월 양산 목표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2026년 08월 10일(월) 18:26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될 광주 군공항 부지
이재명 대통령이 광주 군공항의 공군 기능을 다른 군 공항으로 임시 배치하는 방안을 주문하면서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부지 확보’ 작업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군공항 전체 이전이 완료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군 기능을 단계적으로 재배치하고,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인근 부지부터 산업단지 조성에 들어가는 ‘투트랙’ 전략이다. 2030년 6월 첫 반도체 양산이라는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는 군공항 이전과 산단 조성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10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등에 따르면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는 광주 군공항 일원 826만㎡(250만평) 규모다. 정부는 지난달 이 일대를 호남권 반도체 첨단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우선 지정하고, 1단계로 팹 2기를 건설한 뒤 시장 상황에 따라 2기를 추가하는 단계적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부지다.

현재 광주 군공항에는 공군 제1전투비행단이 주둔하고 있어 군사시설 보호구역과 비행안전구역 등의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반도체 산단을 조성하려면 군 시설과 기능을 이전하고 부지를 개발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광주 군공항을 무안으로 이전하는 사업이 본격화하더라도 새 군공항 건설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군공항 이전 완료 시점과 반도체 팹 착공·양산 일정이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기존 방식대로 군공항 이전을 끝낸 뒤 산단을 조성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정부와 통합특별시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우선 추진되는 것이 공군 기능의 ‘임시 배치’다.

광주 군공항에 있는 군용기 운용과 훈련, 정비, 탄약 등 기능을 다른 기지로 단계적으로 옮겨 비워지는 공간부터 활용하는 방식이다. 모든 군 시설을 한꺼번에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별로 순차 재배치해 산단 조성에 필요한 공간을 최대한 앞당겨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군공항 전체 이전과 관계없이 개발이 가능한 주변 부지를 먼저 활용하는 방안도 병행된다.

현재 거론되는 곳은 군공항 인근 탄약고 이전 부지와 비행안전구역 주변 등 208만㎡(63만평) 규모다. 이 가운데 최대 198만㎡(45만평) 가량은 별도의 군 시설물이 없어 비교적 신속한 개발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팹 1기 조성에 필요한 부지가 최대 45만평 수준이라는 점에서 이곳에 우선 산업단지를 착공하고, 이후 군공항 종전부지를 순차적으로 개발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통합특별시는 이와 함께 군공항 이전 특별법을 개정해 ‘선 양여’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가 전략산업 육성이나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군공항 이전이 최종 완료되기 전이라도 종전부지를 먼저 양여해 개발할 수 있도록 특례를 두자는 것이다.

사업시행자로 선정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지를 먼저 넘겨받아 산업단지 조성에 착수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군 기능을 옮기는 과정에서는 해결해야 할 군사적 과제도 적지 않다.

광주 군공항에는 공군 제1전투비행단의 훈련·교육 기능과 군용기 운용·정비시설, 탄약 관련 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이들 기능을 어느 기지로 옮길지, 조종사 훈련과 군 작전 공백을 어떻게 최소화할지에 대한 세부 계획이 필요하다.

특히 광주 군공항은 한미 공군이 함께 사용하는 기지인 만큼 주한 미 공군 관련 시설과 기능에 대한 협의도 변수다. 한국 공군뿐 아니라 미군 시설의 대체 공간과 기지 운영 문제까지 함께 풀어야 군공항 부지를 온전히 활용할 수 있다.

군공항 주변의 다른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향후 반도체 클러스터가 확대될 경우 연구시설과 장비·소재 기업, 물류시설은 물론 근로자 주거와 교육·생활시설까지 갖춘 배후도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산강변인 서구 서창·덕흥동과 광산구 평동산단 주변 등이 향후 확장 부지로 거론되는 이유다.

정부와 통합특별시가 구상하는 투트랙 전략이 계획대로 작동할 경우 2030년 6월 첫 양산을 위한 반도체 팹 건설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관계자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부지 확보”라며 “전력과 용수, 인재, 교통, 정주 여건 등은 정부 지원과 지역 자원을 활용해 해법을 찾을 수 있지만 군공항 부지는 국방부와 한미 군 당국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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