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폭염에 바뀐 건설현장…공정·비용 관리 ‘고심’

골조·냉방설비 등 한낮 작업 줄이고 일정 재조정
작업 지연 따른 인건비·현장관리비 부담 속앓이
"공사 계획단계부터 지연비용 반영 기준 마련돼야"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2026년 08월 11일(화) 17:47
최근 지역중대재해예방센터 컨설턴트들이 광주 광산구 신창동 공사 현장을 불시 점검하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지역 건설현장의 작업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야외 작업이 필요한 현장에서는 한낮 작업을 피하고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로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작업자 안전을 위한 조치인 만큼 현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이면서도 공정 지연과 추가 비용에 대한 부담을 함께 고민하는 모습이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폭염이 이어지면서 건설현장에서는 작업시간을 조정하거나 휴식시간을 늘리는 등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대응이 강화되고 있다.

골조와 외부 마감, 냉방설비 시공, 도장, 방수, 조경 등 야외 작업 비중이 높은 공종에서는 기온과 체감온도에 따라 작업을 늦추거나 중단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광주지역 신축 아파트 단지의 시스템에어컨 등 냉방설비 시공을 맡고 있는 A업체는 최근 한낮 작업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시간대에 작업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공정을 조정하고 있다.

업체를 운영 중인 한모씨(35)는 “한낮에는 작업자들의 안전을 고려해 외부 작업을 줄이고 있다”며 “가능하면 오전 일찍 작업을 시작하거나 오후 늦게 작업하는 방식으로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업시간이 줄어들면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물량도 자연스럽게 감소한다”며 “공정에 맞추기 위해 다른 날 작업량을 늘리거나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체감온도에 따라 휴식시간을 부여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폭염에서는 오후 시간대 옥외작업을 줄이거나 중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지자체들도 폭염특보가 이어지는 기간 건설현장 등을 대상으로 온열질환 예방수칙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작업자들의 휴식과 수분 섭취 등을 당부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안전을 위한 작업 조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공사기간과 비용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작업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더라도 현장 관리 인력의 인건비와 안전관리 비용, 건설기계 임차료 등 일정 부분의 비용은 계속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준공 일정에 맞추기 위해 작업시간을 이른 아침이나 늦은 시간으로 옮기거나 추가 인력을 투입할 경우 인건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아파트 현장처럼 여러 공종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경우에는 한 공정의 일정 조정이 다른 공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시공업체들의 공정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다.

제도적으로 폭염에 따른 공사기간 연장이나 계약금액 조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공사기간 연장이 필요한 경우 수급인이 발주자 등에게 공사기간 연장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역시 폭염 등으로 공사가 현저히 어려워지는 경우 공사기간 연장과 계약금액 조정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작업중단이나 공정 지연에 따른 비용을 어떻게 반영할지를 두고 발주자와 시공사, 하도급업체 간 협의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특히 전문건설업체 등 중소 규모 업체들은 공사기간이 늘어날 경우 인건비와 현장 관리비 등의 부담이 커질 수 있어 폭염 장기화에 따른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역 한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는 “폭염에 따른 작업시간 조정은 작업자 안전을 위해 필요한 만큼 현장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다만 폭염이 장기화될 경우 공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폭염을 예외적인 상황으로만 보기보다 건설공사 계획 단계에서 일정 수준의 작업 지연 가능성을 고려하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폭염이 매년 반복되는 상황에서 건설현장의 안전 확보와 공정 관리, 비용 부담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하기보다는 기상 상황에 맞춰 작업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현장의 안전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안전조치로 인해 발생하는 공정 변화와 비용까지 현장에서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발주자와 시공사 간 협의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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