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폭염 속 노동환경, 현장 대응은 충분한가

윤용성 산업경제부 기자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2026년 08월 11일(화) 17:51
윤용성 산업경제부 기자
올여름 폭염은 ‘더운 날씨’라는 표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한낮 기온이 40도 안팎까지 치솟는 날이 이어지고, 아스팔트와 철판, 콘크리트가 내뿜는 열기까지 더해지면서 야외 작업 현장의 노동자들이 느끼는 더위는 더욱 심하다.

건설현장과 제조업, 환경미화, 물류·택배, 배달업, 농업 등 야외 또는 고온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폭염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다. 장시간 고온에 노출되면 탈수와 열탈진을 넘어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생명까지 위협한다.

실제 근로복지공단의 ‘온열질환 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보면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에서 승인된 온열질환 산재는 195건이며, 이 기간 사망자는 20명에 달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매년 폭염 때마다 충분한 물과 그늘, 휴식을 제공하고 가장 더운 시간대에는 작업 강도를 낮추거나 작업시간을 조정할 것을 권고한다. 필요한 조치지만 문제는 이러한 원칙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작동하느냐는 것이다.

폭염특보가 내려졌다고 모든 작업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공사 일정과 납품 기한, 생산계획이 있는 만큼 작업시간을 줄이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사업장이나 일용직·비정규직 노동자가 많은 현장에서는 휴식을 요구하거나 작업을 중단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쉬어야 한다’는 원칙과 ‘현실적으로 쉬기 어렵다’는 현장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과제다.

폭염을 노동자 개인의 건강관리 문제로만 바라봐서도 안 된다. 물과 그늘, 휴식 공간이 실제로 제공되는지, 폭염이 심한 시간대에 작업을 조정할 수 있는지, 노동자가 눈치를 보지 않고 작업을 멈출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폭염은 이제 예외적인 기상현상이 아니라 반복되는 노동환경의 일부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산업현장의 안전 기준 역시 변화한 기후에 맞춰 다시 점검해야 한다.

폭염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폭염으로 노동자가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제는 노동자가 달라진 기후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환경이 달라진 기후에 적응해야 한다. 산업현장에 필요한 것은 ‘더우니 조심해서 일하라’는 당부가 아니라 위험할 때 작업을 멈추고 충분히 쉴 수 있는 실질적인 안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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