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평] 발광체 정치가

김요수 광주연합기술지주 대표

김요수 gn@gwangnam.co.kr
2026년 08월 12일(수) 18:03
김요수 광주연합기술지주 대표
그날 아파트 마당이 시끌시끌했다. 난데없이 여자의 비명이 울렸으니까. 다툼의 소리는 높아졌고, 남자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주먹질을 했다. 어느 창문에서 들리는 ‘때리지 마!’ 소리와 다른 창문에서 ‘왜 그래?!’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아무 창문이나 보면서 ‘상관하지 마’를 외쳤고, 곳곳의 창문에서 ‘그러지 마’, ‘못된 놈’을 비롯한 욕설까지 울리며 소리들이 뒤엉켰다. 수없는 창문에는 수없는 사람들이 어른거렸다. 정치를 지켜보는 것처럼.

여자는 주먹을 피하다 쓰러졌고, 남자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더는 주먹을 날리지 않고 자리를 떴다. 다툼과 폭력은 멈췄으나 여자와 남자가 풀어야 할 상처는 깊겠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에게도 삶의 파장이 새겨졌겠고.

여자는 맞을 만큼 잘못을 했을까, 남자는 주먹질할 만큼 화가 났을까? 아니, 잘못된 물음이다. 다툼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외침과 주먹질이 해결책이었을까? 마당의 소란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잘못된 물음으로는 정치를 바꿀 수 없는 것처럼.

어쨌든 힘들고 어려울 때는 소리쳐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 시절에, 참다가 화병이 생기고, 쌓인 원한이 삶을 찌그러뜨리지 않았는가? ‘누운 나무에는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는 속담 있다. 가만있으면 아무 일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 소란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들었겠다. 소란에 적극 참여한 사람, 남의 외침에 용기를 내어 주먹질을 막은 사람, 경찰에 신고한 사람, 휩쓸리기 싫어서 창문을 닫은 사람,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경험과 판단으로 움직였겠다.

생활 속에 정치 있다. 칼자루 잡았다고 거리낌 없이 칼을 휘두르는 정치, 칼날 잡았다고 무참히 베어지는 정치가 생활 속에 스며들면 공동체는 허물어진다. 정치는 칼자루를 잡는 일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살피는 일이다. 칼날 앞에 선 시민은 무릎을 꿇어야만 하는가?

언제부턴가 정치인을 뽑을 때 여론조사란 걸 했다. 이기려는 정치인은 여론조사에 목을 맨다. 여론조사는 많지 않은 응답자만의 결과이고, 참여자만을 대변한다. 정치 관심이 적은 사람들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휩쓸리기도 한다(쏠림 현상).

여론조사만으로 좋은 정치를 만들지 못한다. 여론조사에 등장하는 한두 줄의 경력만으로 출마자의 됨됨이를 알지 못하니까. 민주주의는 사람이 주인인데 갑자기 여론조사가 민주주의의 주인이 됐다.

돈이 주인이 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여겨야 하나? 공짜 여론조사는 없으니까, 돈도 어느 정도 지분이 있겠다.

신라시대 화백제도와 교황선출 콘클라베의 만장일치가 떠오른다. 다수의 행복을 위한 정책과 미래 가치를 토론하고 설득하지 않았을까? 뽑는 사람의 생각이 적용되니까 ‘누가’ 뽑느냐도 중요했겠다. 그렇다고 내 편만을 체육관에 가둬두고 뽑거나 여론조사로만 뽑는다면 시민들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치인과 정치가를 구별해야 한다. 정치인은 제 잇속을 챙기려고 대중을 끌어들이고, 다음 선거만을 생각한다. 정치가는 공동체의 잇속을 찾아서 대중과 함께 하고,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정치인을 뽑아야할까?

‘어디에 기부했느냐’를 보겠다는 사람이 있다. 기부는 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쓰고 남아서 기부하는 게 아니라면서! 기부는 그 사람의 마음과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종교단체에만 기부를 했다고?

‘자기 주장(정책)을 보겠다’는 사람도 있다, 자기 생각이 있으면 적어도 나라를 팔아먹지 않을 테니까. 잘못을 보면 고치고, 힘 앞에 줄 서지 않고, 돈 앞에 휩쓸리지 않을 테니까! 폭력과 불법을 옳다고 했다고?

‘도전과 열정을 보겠다’는 사람, 남을 따라 하거나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가문의 영광이나 제 밥그릇만 챙기니까! 남의 것을 베끼고, 남의 공을 빼앗는 데 선수라고?

‘성장과정을 보겠다’, 사람은 좀체 바뀌지 않으니 몸에 배인 그의 상식을 볼 수 있고, 마음에 배인 그의 원칙을 볼 수 있으니까! 새치기를 당연하게 여긴다고? 실력이 아니라 꼼수로 자리를 차지했다고?

‘고마움을 아는가’를 보겠다. 고마움은 주변을 인정하는 일이고, 고마움을 모르면 아첨꾼의 말에 넘어가 우리의 삶을 망치고 나라를 무너뜨리니까! 거들먹거리며 남 탓만 한다고?

가까운 우리 정치인들을 대비해보면 그 모습이 그냥 보이겠다. 남의 빛을 받아서 빛나는(?) 반사체 정치인은 공천하지 않아야 한다.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 정치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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