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산책] AI 도시 전환 시대, ‘예술문화 생활민속박물관’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기복 영화감독
박기복 gn@gwangnam.co.kr |
| 2026년 08월 13일(목) 18: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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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복 영화감독 |
필자는 1848년 미국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와 1980년 제작된 영화 ‘부시맨’ 영상이 AI와 겹쳐졌다.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발견됐지만 정작 금광으로 들어가는 관문이었던 샌프란시스코가 물류·금융·상업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하늘에서 떨어진 콜라병을 ‘신의 선물’로 여긴 순수한 부족들은 소유와 욕망으로 공동체가 흔들린다. 문명의 편리함이 반드시 공동체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AI는 우리에게 금과 콜라병의 두 얼굴을 보여준다. 새로운 성장의 기회인 동시에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지역과 산업, 사람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지역의 예술문화 창작자들도 행정이 지원책을 마련해주기만을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예술문화 예산을 뻥튀기로 늘릴 일은 없을 것이고, 문화예술 현장에서 느끼는 갈증을 알 리 없다. 예술문화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현장의 창작자들이다. 지자체 지원사업은 사업대로 임하면서 각자 자립 갱생을 모색할 타이밍이 아닌가 싶다.
창작자 스스로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제시하고 시민과 행정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필자는 그 새로운 발상의 하나로 ‘예술문화 비빔밥 용광로’를 제안하고 싶다. 전남광주의 예술문화 창작자들이 장르와 영역의 경계를 넘어 서로 만나야 한다는 뜻이다. 문학과 미술, 음악과 공연, 영화와 영상, 공예와 국악, 서예와 애니메이션, 게임과 미디어아트, 그리고 AI까지 서로 다른 재료가 섞여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 첫 번째 사업으로 ‘전남광주 예술문화 생활 민속박물관’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예술문화 생활 민속 박물관’의 개념은 근현대 시간, 기억, 추억, 역사라는 과거의 스타일과 문화 요소를 현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박물관에 지역의 예술문화를 결합한 콘텐츠다. 대중들의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예술문화 상품이다. 박물관은 입장료와 공연, 전시 수익을 창작자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해 지속 가능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 박물관은 단순히 오래된 물건을 진열하는 전통적인 박물관과 달라야 한다. 근현대의 시간과 기억, 추억, 역사, 생활양식을 오늘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가옥이나 건물들이 집약된 박물관을 거점으로 지역 예술가들의 창작물을 결합하는 체류형 예술문화 공간이다.
낡은 간판과 전화기, 교복과 책가방, 오래된 가구와 생활용품, 자동차와 사진, 골목과 주택 등 한 시대를 상징했던 것들이 모두 콘텐츠가 될 수 있다. 1970~80년대 생활문화부터 주거와 가족의 변화, 지역 문학과 사진, 미술과 공예, 국악과 서예, 연극과 영화, 미디어아트와 애니메이션, 게임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의 삶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보는 박물관’을 넘어 ‘살아 있는 박물관’을 만드는 일이다. 걷고, 보고, 만지고, 체험하고, 공연을 보고, 작품을 사고, 사진을 찍고,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공간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반드시 대규모 토목사업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공실과 폐가, 기존 건축물과 유휴공간을 활용해 시대별 거리와 주거공간을 조성할 수 있다. 도시 곳곳에 흩어진 기억을 연결하면 하나의 거대한 ‘예술문화 생활 민속 박물관’이 될 수 있다.
입지 역시 한 곳에 모든 시설을 집중하기보다 지역의 특성을 살린 분산형 모델을 검토할 만하다. 예컨대 화순 폐광지역은 산업유산과 연결한 ‘블랙골드로드’, 광주 북구의 우치공원과 동구의 구 도청을 거점으로 한 충장로 일대는 ‘오렌지로드’와 같은 테마를 부여할 수 있다. 방문객이 각각의 공간을 걸으며 지역의 역사와 예술을 체험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의 박물관 개념을 뛰어넘은 새로운 예술문화산업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공연과 영상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 영화·드라마·광고 촬영에 필요한 시대별 공간과 소품을 제공하는 콘텐츠 렌털 산업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주변 상권과 야간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핵심은 버려질 뻔한 기억을 미래산업의 자산으로 바꾸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낡고 쓸모없는 물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장 강력한 문화콘텐츠가 될 수 있다.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AI가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지역만의 고유한 자산이다.
AI 데이터센터가 전남광주의 미래산업을 움직이는 새로운 심장이라면, ‘예술문화 생활 민속 박물관’은 이 도시의 기억과 감성을 지키는 또 하나의 심장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행정의 일방적인 주도가 아니라 창작자와 시민, 기업, 전문가가 함께 사업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무엇을 보존할 것인지, 어떻게 콘텐츠화할 것인지, 누가 운영하고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며 그 수익을 지역과 창작자에게 어떻게 환원할 것인지부터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인적 자원이 전문 예술문화 디자이너다. 그의 기획과 프로그램과 연출이 새롭고 매력적인 미래 박물관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남광주가 진정한 미래도시를 꿈꾼다면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AI를 어떻게 많이 유치할 것인가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AI와 지역의 문화자원을 어떻게 결합해 전남광주만의 산업과 콘텐츠를 만들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미래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때로는 우리가 버리려 했던 기억과 추억과 역사 속에서 미래의 산업을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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