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복날…보신탕 업주들 "업종 전환 막막"

[‘말복’ 준비하는 보신탕집 가보니]
내년 2월부터 식용 목적 개 사육·도살·유통 금지
광주 농가 9곳→2곳·전남 135곳→24곳 크게 줄어

엄재용 기자 djawodyd0316@gwangnam.co.kr
2026년 08월 13일(목) 18:55
13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말바우시장의 한 보신탕집에서 말복을 앞두고 손님들이 보신탕을 먹고 있다.
“말복이라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는데, 내년부터는 이런 모습도 볼 수 없겠죠.”

말복을 하루 앞둔 13일 광주 광산구의 한 보신탕집.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손님들이 하나둘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내년 2월7일부터 식용 목적의 개 사육·도살·유통 등이 금지되면서, 사실상 마지막 복날의 손님들이다.

이날 보신탕 한 그릇 가격은 2만6000원. 손님들은 가격을 듣고 놀라면서도 “이제는 먹기도 힘들다”는 생각에 주문을 이어갔다. 뜨거운 국물이 담긴 뚝배기가 테이블마다 놓이자 손님들은 익숙한 듯 숟가락을 들었다.

보신탕 가격이 크게 오른 데는 개식용종식법 시행 영향이 컸다. 2024년 1월 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육견 사육농가가 빠르게 줄어든 데다, 폐업 농가에 마리당 최소 22만5000원에서 최대 60만원 수준의 폐업이행금이 지원되면서 개고기 공급량도 감소했다.

13일 기준 광주지역 개 사육농가는 법 통과 전 9곳에서 2곳으로, 전남은 135곳에서 24곳으로 각각 크게 줄었다.

보신탕집 업주 A씨는 “개고기를 구하기도 어렵고 구하더라도 가격이 높아 손님들이 선뜻 주문하지 못한다”며 “차라리 더 저렴한 음식을 파는 게 수익이 나 손님들에게 다른 메뉴를 권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부터 보신탕을 팔아왔는데 인식이 달라지면서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며 “이제는 팔 수도 없게 돼 마음의 정리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13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의 한 보신탕집에서 말복을 앞두고 손님들이 보신탕을 먹고 있다.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의 또 다른 보신탕집 업주 B씨도 “평생 보신탕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왔는데 유예기간을 줬다고는 하지만 못 팔게 만드는 건 너무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농가에는 지원이 많다고 들었는데 식당은 폐업 지원금이 충분하지 않다”며 “지원금을 받으려 해도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고 절차도 복잡해 실제로 받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개 식용 관련 식당과 건강원이 전업할 경우 메뉴판·간판 교체 비용으로 최대 250만원, 폐업할 경우 최대 400만원의 철거비가 지원되지만 업주들은 생계를 이어가기에는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광주지역 보신탕 업소 19곳(식당 14곳·건강원 5곳) 가운데 전업이나 폐업을 선택한 곳은 8곳(식당 4곳·건강원 4곳)에 그쳤다.

육견 사육농가가 빠르게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식당 등 관련 업소의 전·폐업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딘 셈이다. 수십 년간 이어온 영업을 하루아침에 접기가 쉽지 않은 데다 새로운 업종으로 전환할 경우 단골 확보 등 또 다른 생계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이날 보신탕을 먹으러 온 김모씨(70)는 “오래전부터 먹어온 음식인데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돼 안타깝다”며 “닭이나 돼지도 식용으로 키우지만 반려동물로도 키울 수 있듯, 식용으로 길러진 개를 먹는 것까지 막는 것은 아쉽다”고 아쉬워 했다.

정보람 전문육견관련자영업자협의회 대변인은 “육견 농가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상을 많이 받아 폐업을 선택하기가 쉽지만 유통업자나 식당 등 관련 종사자들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업종을 바꾼다고 해도 새로운 업종에서 다시 단골을 확보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은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행정절차 중심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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