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헌’에 모인 네 가구 다섯 명의 삶 이야기

조선희 작가 ‘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 출간
노년 앞두고 가족 의미…"근사한 공동체" 상기
북토크 19일 오후 6시30분 오월미술관서 진행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6년 08월 18일(화) 17:50
“가족은 아니지만, 서로를 돌보며 나이 듭니다.”

이 지문은 학연도, 혈연도, 지연도 없는 ‘무연고 우연 가족’의 탄생을 들여다볼 수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한 가지를 고민을 하던 끝에 바로 생판 모를 남들과 집을 짓고 함께 살기로 결심한 내용들이 그려졌다. 이 내용으로 인생 3∼4모작 쯤에 나선듯한 저자. 이 저자가 정년퇴임을 앞두고 내린 결단의 배경을 접할 수 있는 등 제13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선정작인 산문집 ‘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샘터 刊)가 나왔다. 주인공은 신문 기자에서 제주로 이주해 감귤 농사꾼이 됐다가, 남편과 사별한 후 지역 문화재단에서 일해온 조선희씨. 저자는 피할 수 없는 노년을 혼자 힘겹게 건너기보다 여럿이 의지하며 함께 건널 수 있는 방안을 깊이있게 모색했던 듯 싶다. 그래서 저자가 내린 결론은 바로 생판 남들과 집을 짓고 함께 살기로 한 것이다. 60대 맏언니인 저자를 필두로, 열두 살 차이의 막내까지 직업도, 나이도 다른 네 가구 다섯 명이 우연한 계기로 제주에 공동 주택 ‘미로헌’(美老軒)이라는 집을 짓고 살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 집은 겉보기에는 한 채지만 각자의 개성이 드러난 네 개의 독립 공간, 탁 트인 통창과 대형 아일랜드 식탁이 특징인 주방, 혼자 또는 함께 취미 생활을 하는 만능 공간인 살롱 등 여러 공유 공간이 합쳐진 구조다. 이곳에 사는 미로허니들은 서로의 생활을 존중하면서도 삶의 온기와 리듬, 갈등과 배려, 루틴까지 나누며 가족이라 하기에는 적당히 멀고, 셰어 하우스라 하기에는 조금 더 깊은 관계를 이어 나가는 중이다.

특히 1인 가구의 급증과 고령화로 누구나 홀로 나이 들어 갈 수 있는 시대다. 불안할 수도, 외로울 수도 있는 독거 대신 즐겁고 유쾌한 동거를 선택한 이 무연고 우연 가족의 이야기는 각자의 이유로 홀로 살고 있는 이들, 타인과의 셰어 라이프에 관심이 있는 이들, 중년을 넘어 노년으로 건너가는 시점의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보여 준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저자인 김하나씨는 이 산문집에 대해 “신난다! 나도 나중에는 이렇게 살고 싶다. 또 하나의 새롭고 근사한 조립식 가족의 탄생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프롤로그 ‘내 나이 60, 생판 남들과 살기로 했다’를 비롯해 ‘한 지붕 아래 식구 생활: 관계의 재발견과 집의 탄생’, ‘미로헌 탐구 생활: 공간이 바꾸는 관계의 풍경’, ‘요망진 동거 생활: 지속 가능한 관계의 기술’, ‘슬기로운 어른 생활: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등 4부와 에필로그 ‘60이 넘었어도 날마다 자란다’로 구성됐다.

저자인 조선희씨는 광주 출생으로 전남여고와 고려대 사학과 졸업, 무등일보 창간기자를 거쳐 중부일보와 경인매일에서 기자로 재직했고 농사짓는 것이 꿈인 남편과 함께 1999년 서귀포시 토산리에 이주해 무농약 감귤농사를 지었다. 서귀포신문 편집국장과 제주 MBC, KCTV 제주에서 프리랜서 MC로 활동했다. 남편과 사별한 후 농사를 그만두고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근무, 정년퇴임했다. 저서로는 초보 농사꾼의 제주살이를 담은 ‘마흔에 밭을 일구다’와 ‘제주 바보이야기’가 있다.

출판 기념 광주 북토크는 19일 오후 6시30분 오월미술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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