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서 수천만원 무이자·무기한 빌린 LH 직원

인터넷 도박 중독…법원 "이자 상당액 1243만원 뇌물"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2026년 08월 19일(수) 18:18
광주지방법원
인터넷 도박에 빠져 업무상 관계가 있는 시공업체들로부터 수천만원을 무이자·무기한으로 빌린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법원은 차용금 원금이 아닌 무이자로 돈을 사용하면서 얻은 금융이익도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수현 재판장은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LH 광주전남지역본부 직원 A씨(40)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3천만원, 추징금 1240여만원을 선고했다.

금품을 제공한 자재납품업체 임원 B씨(56)와 대표 C씨(61)에게는 각각 벌금 300만원과 150만원이 선고됐다.

LH에서 영구임대아파트 시설관리와 조명기구 교체공사 감독 업무를 맡았던 A씨는 2020년께 인터넷 도박에 빠지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지자 업무상 관계에 있던 업체 관계자들에게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A씨는 2020년 12월부터 2023년까지 B씨에게 “카드값을 내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9차례에 걸쳐 3399만원을 빌렸다. C씨에게도 6차례에 걸쳐 1000만원을 빌렸다.

이 과정에서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았고 변제기나 이자도 정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재판에서 공사가 끝난 뒤 돈을 빌렸거나 개인적인 친분에 따라 빌린 돈이며, 이후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사가 종료됐더라도 시설 유지·보수와 하자보증기간이 남아 있었고, 향후 유사한 공사로 다시 만날 가능성도 있었다”며 업체와 A씨 사이에 업무상 관련성이 계속됐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자나 담보 없이 상당한 금액을 약 3년간 빌려준 것은 통상적인 개인 간 금전거래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사감독자라는 지위에 따른 포괄적인 대가관계가 인정된다”며 A씨가 무이자로 돈을 사용하면서 얻은 금융이익 약 1243만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취득한 뇌물이 차용금 원금이 아닌 금융이익이고, 구체적인 부정한 청탁이나 부정행위까지 나아간 정황은 없다”며 “감사 착수 이후 원금과 이자를 상환했고 파면 처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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