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수첩]종말의 공포, 고도화의 기회 김은지 산업경제부 기자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
| 2026년 08월 24일(월) 16: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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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지 산업경제부 기자 |
산업혁명 초기 영국의 노동자들이 기계를 부수었던 ‘러다이트 운동’부터 자동차 보급으로 마부가 설 자리를 잃었던 시절까지, 위기론은 매 차례 산업혁명의 길목마다 반복된 단골 손님이었다. 하지만 역사가 증명하듯 마부가 사라진 자리엔 전문 운전 직종이 태어났고, 전화교환원이 사라진 공간엔 거대한 정보통신 산업이 들어섰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것은 단순한 노동의 종말만이 아닌 인간 노동의 방식과 가치를 끌어올리는 ‘노동의 고도화’였다.
최근 인공지능(AI) 고도화가 청년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소식이 노동 시장을 또 한 번 흔들고 있다. 최근 4년간 감소한 청년 일자리 28만5000개 중 94%에 달하는 26만8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에 쏠렸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은 대졸·고학력 청년층의 실업 불안을 극대화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생성형 AI가 인지적·분석적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며 전문 직종마저 휘청이는 듯한 모습은 마치 AI가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원흉’처럼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AI 기술 그 자체’에 두고 막연한 공포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한은의 진단대로 AI는 청년 고용을 직접 파괴하기보다 기업의 채용 방식과 업무 형태의 변화를 가속하는 촉매제에 가깝다. 팬데믹 시절 과잉 채용의 정상화와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숙련 경력직 선호, 재택근무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신입 청년이 선배의 노하우를 배우고 경험을 쌓을 ‘경력 사다리’의 진입로가 좁아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에 밀려날 것이라는 무력감이 아니다. 청년의 노동이 AI와 결합해 더 높은 차원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만드는 ‘노동의 고도화’ 전략이다. 초급 단계의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해서 청년들이 숙련된 인재로 성장할 기회까지 사라져서는 안 된다. 청년이 AI를 도구로 삼아 보다 효율적이고 고차원적인 분석과 창의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새로운 경력 사다리를 설계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의 역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한 숫자 채우기식 채용 보조금이나 AI 도구 사용법을 알려주는 데 그치는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업무 현장에서 숙련자의 지도를 받으며 AI를 활용하고 실전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훈련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 역시 단기적인 경력직 선호에서 벗어나 주니어 직무를 재설계하고, 청년 인재가 AI 시대의 핵심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한다.
기술은 인간의 노동을 없애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노동의 영역을 만들어왔다. 중요한 것은 AI가 어떤 일을 대신하느냐가 아니라, AI가 대신한 자리에 인간이 어떤 더 높은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가다.
AI 시대 속 우리가 준비해야 할 미래는 ‘노동의 종말’이 아니다. 청년들이 AI를 발판 삼아 더 높은 수준의 노동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새로운 경력 사다리를 만드는 것, 그것이 기술 혁명의 시대에 필요한 ‘노동의 고도화’다.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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