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사후정산’ 사라진다…가격 결정 투명성 강화

공정위, 표준계약서 개정…발주시점 가격 정산
정유사 공급가격 즉시 확정…7일 내 정산 예외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2026년 08월 26일(수) 18:08
정유사와 주유소 간 전속거래 관행이 완화되고 석유제품 공급가격을 둘러싼 사후정산 방식도 원칙적으로 폐지된다.

주유소의 제품 선택권을 확대하고 거래 과정의 가격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정유사와 주유소 간 대리점 거래에 적용되는 ‘석유유통업종 표준대리점계약서’를 개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개정은 최근 국제유가 변동 등으로 주유소의 경영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정유사와 주유소 간 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지난 4월 한국주유소협회와 SK에너지, HD현대오일뱅크, S-OIL, GS칼텍스 등 4대 정유사는 주유업계와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개정 표준계약서에는 상생협약의 주요 내용인 혼합구매 허용과 사후정산제 개선 등이 반영됐다.

우선 주유소는 상표 사용 계약을 맺은 정유사의 제품을 60% 이상 구매하면서 타사 제품도 최대 40%까지 구매할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그간 일부 주유소에서는 특정 정유사로부터 제품 전량을 공급받는 전속거래가 이뤄지면서 제품 구매 과정에서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으로 주유소의 제품 구매 선택권이 확대되고 정유사 간 가격 경쟁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혼합구매가 이번 개정으로 새롭게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도 정유사가 주유소에 제품 100% 전량 구매를 강요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이번 표준계약서 개정은 기존 법적 원칙과 업계 상생협약 내용을 계약서에 명확히 반영해 거래 관행을 개선하는 데 의미가 있다.

혼합구매를 이유로 한 부당한 차별도 금지된다. 정유사는 주유소가 타사 제품을 함께 구매한다는 이유로 공급가격이나 공급물량, 기타 거래조건을 부당하게 차별해서는 안 된다.

사후정산제도 원칙적으로 폐지된다.

개정 표준계약서는 주유소가 석유제품을 발주하는 시점의 공급가격으로 정산하도록 해 거래 당시 최종가격이 확정되도록 했다.

현재 일부 거래에서는 주유소가 발주 당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받은 뒤 한 달 후 월 평균가격을 적용해 정산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구매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최종 거래가격이 확정되는 문제가 있었다.

공정위는 사후정산제가 폐지되면 가격 결정 과정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주유소의 경영 불확실성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주유소가 사후정산 방식을 원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에도 기존처럼 장기간이 지난 뒤 정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7일 이내 정산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 표준계약서가 실제 개별 계약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업계에 사용을 권장하고 홍보할 계획이다. 또한 향후 대리점거래 실태조사를 통해 석유유통업계의 거래관행이 실제로 개선되고 있는지도 점검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정된 표준대리점계약서를 통해 주유소의 혼합구매가 활성화되고 석유제품 공급시장의 경쟁이 촉진되기를 기대한다”며 “가격 결정의 투명성을 높여 주유소가 보다 자율적으로 판매가격을 결정하는 등 주체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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