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기 광남일보 드림리더 아카데미]문형배 카이스트 초빙 석학교수

"AI 시대 속 인문학, 삶의 제한적 경험 극복 대안"
헌법재판관 시절 경험 빗대 독서 중요성 강조
"책 읽는 이유, 무지·무경험·무소신 ‘3무’ 극복"
공동체·민주주의 지탱하는 힘으로 ‘호의’ 강조

이산하 기자 goback@gwangnam.co.kr
2026년 09월 03일(목) 19:51
‘AI 시대 공존과 인문학’ 3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브리브 광주 바이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4기 광남일보 드림리더 아카데미’에서 문형배 카이스트 초빙석학교수가 ‘AI 시대 공존과 인문학’을 주제로 강의 하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책을 읽는 이유는 무지를 극복하기 위해서죠. 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거창한 정의가 아닌 ‘일상의 호의’입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은 호의가 선순환되면 공동체의 신뢰가 높아지고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문형배 카이스트 초빙 석학교수는 3일 광주 서구 치평동 브리프 광주 바이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4기 광남일보 드림리더 아카데미 2학기 개강 첫 강사로 나서 ‘AI 시대 공존과 인문학’을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문 교수는 법관과 헌법재판관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유를 비롯해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가’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공유했다.

우선 그는 책을 읽은 이유에 대해 무지, 무경험, 무소신 등 ‘3무(無)’를 극복하기 위함이라 설명했다.

문 교수는 “강의를 시작하고 법과 인문학 등 다양한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며 “다양한 분야에 대해 무지하지 않고, 조금씩 알고 있으며 사람들과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은 책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무경험을 극복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도 했다. 판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으나 사회경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보다 독서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문 교수는 “강도·살인 재판을 해보면 사건의 진실을 100% 아는 사람은 피고인 본인이다. 근사치로는 변호사, 그 다음은 검사와 형사이고 판사가 사건에 대해 가장 모른다”며 “하지만 결론은 판사가 낸다. 때문에 판사는 지혜로워야 하며, 그 지혜는 대체로 경험에서 나오는데, 이는 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형배 카이스트 초빙석학교수가 3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브리브 광주 바이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4기 광남일보 드림리더 아카데미’에서 ‘AI 시대 공존과 인문학’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문 교수는 무소신을 극복하기 위해 책을 읽었다고도 했다.

그는 “판사는 매일 결단을 해야 하는 직업이다. 소신이 없으면 흔들리기 쉽다”며 “책을 읽으며 소신을 얻었고, 탄핵 심판 때 다양한 이들로부터 문자메시지 등 협박성 문자를 받았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문 교수는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성찰’이라 전했다.

그는 “현실에서 억눌려서 글을 쓴다”며 “실패한 사람,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글을 쓰며, 성찰을 통해 부당함을 알리기 위함이고, 그런 글이야 말로 울림이 있다”고 말했다.

또 저서 ‘호의에 대하여’를 소개하며 호의가 공동체의 신뢰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 되는 과정을 설명했다.

문 교수는 호의를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푸는 진심 어린 마음’으로 정의한 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허버트 사이먼의 견해를 빌려 “우리가 얻는 소득의 상당 부분은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사회적 자산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의가 사회에 축적되고, 이게 사회를 돌고 돌아 언젠가는 나에게 온다”며 “이처럼 호의가 선순환할 때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고, 공동체의 신뢰가 높아지고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문학의 가치와 인간다움과 정의를 자신의 경험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AI 시대에서 질문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질문을 잘하려면 인문학적 소양이 높아야 하는데, 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문학은 추상적 진실을, 재판은 구체적 진실을 추구한다”면서 “문학은 재판을 차용하지만 재판은 문학을 차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판사에게 문학은 제한적인 경험을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교수는 사회 통합의 길로 원칙의 통일, 호의의 선순환, 공론장 회복을 제시했다. 후회하지 않는 법에 대해서는 독지가 김장하 정신 실천, 장기적 이해관계 고려, 상대방 관점에서 정당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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