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리뷰] ‘중국관 철수’ 명분도, 실리도 다 잃었다 ■광주비엔날레 국가관 명칭 논란이 남긴 것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
| 2026년 09월 03일(목) 22: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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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관 큐레이터와 작가들은 3일 오전 10시 하정웅미술관 로비에서 기자회관을 열고 최종적으로 중국관 작품을 철수하기로 했다. 이들은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입장문을 낭독한 뒤 바로 퇴장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 여전히 대만관 명칭 논란과 중국관 철수로 인해 어수선한 듯하다. 대의명분을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지만 어딘지 아쉬움이 진하게 든다. 대만은 국제적으로 굉장히 고립됐다. 국가와 미독립 자치지역 같은 위치로 애매하다. 대륙 중국과 섬 대만은 체제상 완전 출발부터가 다르다. 대륙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이고, 대만은 자본주의 체제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인지하고 있을 터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사실에 너무 둔감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문화예술분야에서 대만과 중국이 맞닥뜨렸을 경우 그 대처 방안에 대한 공부가 전혀 돼 있지 않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우왕좌왕 한 듯한 게 최근 지역의 여론이다. 대만과 중국이 한 예술행사에 나란히 출전하는, 드문 경우를 경험하려던 순간이었다. 그 입구에서 탈이 난 것이다. 나라 이름을 걸었든, 문화기관 이름을 걸었든 함께 한 무대에 등장하는, 보기 드문 사례를 맞았지만 좌초라는 결과를 목도해야 했다. 공감과 소통이 아닌, 산통이 깨져버린 사고사로 기록될 이번 중국관 철수는 이 지역에 크든, 작든 후유증이 남지 않을까 싶다.
잠시 ‘한한령’을 떠올려 본다. 몸살을 심하게 앓았던 게 2017년이다. 물론 한한령은 우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를 거두기는 했다.
그러나 이번 중국관 철수 사안은 그 결이 다르다. 정치적 문법이 결코 문화 예술영역까지 적용돼서는 안된다. 이는 팩트다. 문화 예술판에서 이것을 부인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정치가, 권력이 문화예술에 간섭을 시작하면 문화예술은 건강한 성장을 멈추게 된다는 것쯤은 독재정부에서 익히 몸서리치게 경험했던 바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해왔다. 그렇기에 이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하면 여차없이 행동에 나서왔다. 굉장히 예민한 반응을 넘어 보복 절차도 서슴지 않았다.
또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대만과의 단교와 중국과의 수교 때(1992년)를 상기해보자. 당시 한국정부가 대만과 단교를 하면서까지 중국과 국교를 맺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실리외교 때문이었다. 실리를 얻기 위해 대만인들의 분노를 자아내면서까지 단교를 감행했던 것이다. 여기에 핵심 가치는 앞서 말했듯 ‘실리’였다. 약육강식의 엄연한 국제질서를 따른 선택이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명칭 논란의 유불리를 따져보면 우리는 결코 남는 장사를 하지 못한 셈이다. 대만관 명칭 논란 후 ‘밑지는 장사’를 한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필요는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철수를 했으니까. 중국과 얽힐 것을 전혀 내다보지 못한 것이었을까.
중국은 미술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큰손’이다. 애초 광주비엔날레재단이 대만국립미술관(관)으로 계약을 했다고 밝혔으니 서류에는 그렇게 명기하고, 서류 밖에서는 대만관으로 불렀으면 어땠을까 한다. 대만에서 여러 기관이 파빌리온을 신청하지 않았기에 그렇다. 대만을 달래주면서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는 것이 뭐가 그렇게 어려웠을까 싶다. 사단은 꼭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시험에 들게 하는 것 같다.
현시대 우리는 명분만 취할 수는 없고, 어느 정도 실리를 취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무조건 대만을 차별하고 폄하하라는 주문이 아니다. 명분과 실리를 다 살리기 위해 노력을 끝까지 해보고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팩트는 이번 광주비엔날레 전시기간 동안 중국관 작품들을 접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나아가 지금의 중국이라면 향후 광주비엔날레 참가를 보이콧하지 말란 법도 없긴 하다.
벌써부터 중국측이 행동에 나선 듯하다. 당장 리하이저우 광저우시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비서장 등 6명으로 구성된 광저우 대표단이 6일과 7일 예정했던 전남광주 방문을 취소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한다. 광주와 전남이 통합특별시가 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행사인 광주비엔날레 및 여수세계섬박람회가 5일 개막을 동시에 앞두고 있는 마당에 이번 사건이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번 사안을 지역사회와 문화예술계가 무겁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