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남·광주, 함께 입은 단복에서 시작된 새로운 동행

곽춘섭 전남도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곽춘섭 gn@gwangnam.co.kr
2026년 09월 08일(화) 18:02
곽춘섭 전남도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전남과 광주가 이번 체전에서 같은 단복을 입는다면서요?”

제4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앞두고 전남과 광주는 물론 다른 시·도에서도 이런 질문을 종종 듣는다. 이미 통합 소식은 알려졌지만, 두 지역 선수단이 같은 단복을 입고 함께 결단식을 한다고 하니 “아, 정말 하나가 되어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동안 통합은 행정과 조직의 이야기로 들렸다. 하지만 이번 체전에서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변화가 됐다. 같은 단복을 입고 한자리에서 출발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통합을 조금 더 가까이 느끼게 한다.

오는 9월 11일부터 16일까지 제주특별자치도 일원에서 열리는 이번 체전에는 전남 선수단 700명, 광주 선수단 393명이 참가한다. 두 지역은 지난 8월 28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애인국민체육센터에서 통합결단식을 열고 제주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이번 대회에는 전남과 광주 소속으로 각각 출전하지만, 선수단은 공동 단복을 착용하고 대회가 끝난 뒤 해단식도 함께하며 화합과 결속을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광주는 종합 6위, 전남은 종합 7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그동안 쌓아온 훈련 성과를 바탕으로 나란히 한 단계 높은 성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체전의 의미는 성적에만 있지 않다. 통합 이후 처음으로 함께하는 전국장애인체전인 만큼 서로의 경기를 응원하고 성과를 함께 기뻐하는 과정 자체가 두 지역 장애인체육이 하나로 나아가는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비록 이름은 다르더라도 같은 단복을 입고 함께 출발해 서로를 응원하는 이번 경험은 앞으로 하나의 이름으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동행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전남과 광주는 내년 1월 1일 장애인체육회의 완전한 통합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서로의 다름과 문화를 이해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통합을 위해 전진하고 있다. 두 지역이 가진 경험과 역량을 하나로 모으면 선수 육성과 생활체육 등 장애인체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만큼이나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도 있다.

바로 전국단위 대회의 출전권이다.

현재 전남과 광주는 각각의 시·도 대표 자격으로 전국단위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그러나 두 지역 장애인체육회가 하나로 통합되면 지금까지 각각 가지고 있던 출전권이 하나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단순히 두 장의 출전권이 한 장으로 줄어드는 것으로만 볼 수는 없다. 출전권이 줄어들면 그만큼 전국대회에 나설 수 있는 선수들의 기회도 줄어들 수 있다. 선수층은 두 지역을 합쳐 더 두꺼워지는 반면 정작 이들이 설 수 있는 무대는 좁아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통합은 두 지역이 가진 자원과 경험, 선수층을 하나로 모아 더 큰 가능성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그런데 조직과 선수층의 규모는 커지는 반면 선수들이 전국 무대에 설 기회가 오히려 줄어든다면 그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조직의 통합이 왜 선수들의 출전 기회 축소로 이어져야 할까?”

장애인체육에서 출전권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선수에게는 오랜 시간 준비한 기량을 펼칠 무대이며, 다음 도전을 이어가게 하는 소중한 기회다.

따라서 통합이 선수에게 불이익을 주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두 지역의 역량을 합친 만큼 기존보다 더 많은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행정적인 통합에 그치지 않고 현장의 선수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출전권 문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제도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결국 우리가 답해야 할 질문은 하나다.

“통합 이후 장애인선수와 장애인체육은 지금보다 나아지는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많은 선수가 경기장에 설 수 있고, 더 많은 장애인이 생활체육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통합의 성과는 조직이 아니라 현장의 변화로 증명되어야 한다.

이번 체전은 그 첫걸음이다.

같은 단복을 입고, 함께 결단식에 참여했으며, 같은 자리에서 출발하고, 서로의 경기에 박수를 보내는 작은 경험이 쌓이면 언젠가는 ‘전남 선수’와 ‘광주 선수’라는 구분보다 ‘우리 선수’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들릴 수 있을 것이다.

내년 1월 1일, 전남과 광주의 장애인체육이 하나의 이름으로 첫발을 내딛는 날에는 이번 체전에서 함께 입었던 단복이 통합의 첫 장면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날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하나가 되었고, 그래서 선수들의 기회는 더 넓어졌다.”

함께 입은 단복에서 시작된 새로운 동행이 전남·광주 장애인체육의 더 큰 가능성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곽춘섭 gn@gwangnam.co.kr         곽춘섭 gn@gwangnam.co.kr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www.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88858130546506000
프린트 시간 : 2026년 09월 08일 21:39:13